"전기밥솥을
회사에 가져다 놓고"
일에 몰두했다는, 디자이너 장광효의 직장 생활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다. 이 한 장면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충실한 사람인지 엿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충성을 바쳤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 그렇게 열심히 일했던 이유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다. 어느 잡지와의 인터뷰에선 '나는 나를 너무 좋아해서, 나를 함부로 내돌리기 싫었다'고도 했는데, 이런 성품은 그가 만든 옷을 통해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장광효와 하이힐, 그리고 혜초

   강동원과 현빈, 유지태 등등
그가 직접 발굴해 데뷔한 스타들만 봐도, 언뜻
그의 디자인 철학을 짐작할 수 있다.

이를테면 세련된 남성미와 품격있는 맵시.

80년대 남자 아이돌 그룹 '소방차'와 90년대의 '서태지와 아이들'이 그의 옷을 즐겨입었던 이유는 아마 이런 점 때문이지 않을까. 그의 옷은 무겁지 않으면서도 가볍지 않고, 시대의 기류와 맞물리면서도 한 발짝 나아가는 듯한 매력이 있으므로.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런웨이를 지배한
'남성용 하이힐 슈즈'는 전혀 이질적이지 않았다.

직접 쇼 장에 가서 본 그것은, 오히려 오랜 세월 동안 남자들이 애용했다는 듯 '자연스러운 멋'이 마치 비봉폭포처럼 흘러넘쳤으며



'하이힐'이라는 용어가 지닌 정체성을 남성적으로 풀어내려고 노력한 점도 눈에 띄었다. 다소 거칠게 느껴지는 겉면의 질감이라든가, 강인함이 느껴지는 뒷굽의 실루엣이 그렇다. 이는 그만큼 남자들의 마음을 헤아렸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단지 키높이용이라든가, 혹은 위트를 가미하기 위해서가 아닌,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가려고 하는 '전인미답의 정신'이 서려있다는 점이다. 그는 패션을 통해 이것이야말로 진정 남자들의 세계임을 강조했다.


혜초의 삶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디자이너 장광효의 '2011 가을/겨울 컬렉션'의 멋은
바로 여기에 있다. 어쩌면 그는 <한국 최초의 세계인,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에서 되살려야 할 것 중 하나는 이같은 도전정신이라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이힐 구두를 신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 특유의 여성적 맵시 때문이라면,
이를 걷어내고 남성적 분위기를 덧입히면 된다는 것. 그리고 신발 속에 '키높이 욕망'을 감추지말고, 되려 당당하게 활보하라는 것. 또한,

취업난과 가족 부양 의무, 아버지로서의 책임감 탓에 잊고 지냈던
'남자의 진정한 기개'를 복고하고자 마음.

이 모두가 그의 하이힐에 숨어있는 가치관이다.


옷을 떠받치고 있는 '구두의 이러한 기상(氣像)'은 전체 룩의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다. 황토색 코트 위에 덧입은 재킷은 기존의 습관을 뒤엎는다. 그러면서도 품위는 살아있다. 도전하고 전복시키되, 그 기본이 되는 기개는 지켜야 함을 말해준다.


지난 겨울, 유난스레 여자들의 마음을 빼앗아갔던 케이프도 마찬가지다.

'사막의 모래가 흡사 비에 젖은 듯한 색감의 외투'에서 드러나는 정신은 사람이 걸어갔다는 흔적과 삶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다. 황토색 재킷에서 진흙색 코트로 이어지는 런웨이의 변주는 이처럼 '혜초가 사막을 건너는 여정과 마음'을 은은하게 드러낸다.


코트 위에 걸친 벨트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클립으로 고정한다든가,


재킷을 여밀 단추가 없다면 옷핀으로 묶는 등

장광효가 선보인 옷에는 '도전정신'이 곳곳에 숨어있다.
즉,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혜초가 걸어갔듯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본을 저버려선 안 된다.


격식있는 외투 아래,
회색 추리닝을 입더라도 남자로서의 품격은 지켜야 한다. 아니, 품격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외투보다 길이가 긴 셔츠의 아랫 부분에 주머니를 만들어 손을 넣는 것처럼, 꿋꿋함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가 패션을 통해 제시하고자 했던 것은 결국
남자로서의 자세이지 않을까. 모나지 않은 씩씩함, 흐트러짐 없는 우아함,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고자 하는 굳은 절개.

'혜초에게서 받은 영감'을 옷으로 표현하는 그의 쇼를 보며
나는 이같은 점에 매료되고 말았다. 그래서!


  그가 런웨이에서 선보인 남성용 하이힐이 그토록 매력적으로 느껴진 것이 아니었을까. 이 시대의 남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도전정신'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하이힐을 꼭 신으라는 소리는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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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닐라로맨스 2011.06.02 10:22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남성용 힐! 강추입니다..ㅡ_ㅜ 흑..

  2. 베베 2011.06.02 10:28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모델분들이 넘....ㅎㅎㅎ




    요....ㅠ.ㅠ

  3. 꽃집아가씨 2011.06.02 10:35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남성분들도 하이힐이 있군요^^
    멋집니다^^

  4. 사랑해MJ♥ 2011.06.02 10:40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ㅎㅎ
    모델분들이라서;;
    그래도 전에 케이블에서 서인영백런칭하는 프로에서 남자분이
    정말 힐을 신어서 좀 신선한 충격이였어요 ㅎㅎ
    쇼에서보는거랑은 또 다르잖아요 ^^;;
    지하철에서 힐신은 남자를 만난다면?? 와 ㅎㅎ

  5. 트레이너강 2011.06.02 11:29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남성용 하이힐도 있군요~~ 처음 봤다는..^^:
    잘 보고갑니다^^

  6. 핑구야 날자 2011.06.02 12:44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아직은 어색하게 받아드려지는데요... 높은 곳의 공기를 마실 수 있어 좋겟지만,,ㅋㅋ

  7. Kar 2011.06.02 15:06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장광효 선생님 멋짐~!><

  8. 아직은.. 2011.06.02 16:36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제가 구식인지 몰라도, 아직은 여자신발을 신으신거 처럼 보입니다...
    딱봐도 그냥 여자신발...특히 서양에는 발크신 여자많아서 더 여자신발과 차이를 전혀 못 느끼겠어요...

  9. 소춘풍 2011.06.02 17:31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실제로 신고 다니는 남자분 봤어요.
    노홍철씨 이외에 사람에게서 처음 봤다는~
    남자 하이힐도 다리가 얇아야 ㅋ;;
    두꺼우면, 종아리에 알이 팍! 어익후;;

  10. 굴뚝 토끼 2011.06.02 20:04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하이힐의 기원이 그렇듯
    남성용 힐들이 모두 부츠컷이라는 게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자동차 대신에 말이라도 타고다녀야
    남성용 힐이 유행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11. 2011.06.02 21:59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비밀댓글입니다

  12. 혜진 2011.06.03 00:36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남자도 이제 하이힐 대열에 들어오는 건가요..? ^^
    신선하면서도...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도 아직까진 키작은 남성 분들에겐 키높이 깔창이 좋을듯 하기도 합니다. ㅎㅎ

  13. 2011.06.03 13:31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14. 동감 2011.06.04 00:42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예전부터 남성들도 화장도 하고 힐을 신었으면 생각했던 여자사람인데요
    이렇게 멋지게 디자인되서 나오니깐 남자들이 신으면 정말 근사할거 같아요
    남자들도 키커보이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그걸 안으로만 숨기는 키높이 깔창을 던져버리고
    외부로 당당히 드러냈으면 좋겠어요! 덕분에 멋진 옷들, 구두들 보았네요^^

  15. 연리지 2011.06.04 08:41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님들의 도전에 한없는 찬사를 드립니다.
    오늘도 열정 가득한 하루만드세요~~

  16. pennpenn 2011.06.04 09:33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오홋~ 남성용 하이힐도 있네요~
    주말을 행복하게 보내세요~

  17. 하이힐의 기원 2011.06.05 17:32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하이힐의 기원 자체가 원래 남자가 개발하고
    대부분 남자들이 신던거였음..16세기 프랑스에는
    위생시설 발달되지가 않아서 거리에 온갖 배설물이
    넘쳐났다고 함..이러한 것들이 신발면적 전체에
    밟히는 것을 최소화 하기 위해 하이힐이 고안되었다고
    하는데..특히 사람들이 예술적이면서 아름다운 곳으로
    알고있는 베르사이유궁전 역시 화장실이 없었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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