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와인터널은
참으로 묘한 매력이 있었다.
"

문화 공연장이자 미술품 전시장이며, 레스토랑이자 산책길이고, 아기자기하게 꾸민 실내는 유치하지 않으면서도 로맨틱했다. 한여름에 '소매가 긴 옷이나 가벼운 외투를 입고 걸어다녀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공간이라는 점까지. 실제로 이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긴 소매 옷을 입고 있었다. 바깥 날씨가 섭씨 30도를 넘는데도! 그러나 마냥 추운 것만은 아니다. 그저 긴팔 셔츠가 그리운 정도인데,

피서지로 딱이야

   그런 점에서 여름 피서지로도 손색없는 장소였다.


청도 와인터널은
들어가는 입구 앞에서부터 찬기운이 몸에 착 달라붙는다. 그 느낌은 흡사 고운 비단 옷을 몸에 걸칠 때와 비슷했다.


그렇다고 해서
놀이공원 귀신의 집에 들어서는 것과 같은
오싹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터널을 둘러싼
화강암과 황토 벽돌이 발산하는
다량의 음이온 덕분인진 몰라도, 특유의 서늘한 기운은 초가을 새벽 이슬처럼 맑게 다가온다. 그래서 비록 자연 동굴이 아닌, 열차 터널임에도 인공적이라기보다는 친환경적인 느낌이 강하다.


100여 년이라는 터널의 역사,
연중 16℃ 정도인 실내 온도와 5~60% 정도의 습도.
개울물이 흐르는 것처럼 앙증맞은 자갈 밟는 소리와 발걸음을 사뿐하게 해주는 침목은 터널 내부를 더욱 신비롭게 하는 요소들이다.


아늑하면서도
피부 굴곡을 매끄럽게 커버해줄 것만 같은 조명은
연인끼리 데이트를 하거나, 소개팅 장소로도 안성맞춤이었다.

여성이라면 미세한 펄감이 있는 프레스드 파우더로
메이크업을 마무리하여 은은하게 빛이 나는 듯한 피부 연출에 시너지 효과를 가미할 수 있을 것이고, 남성의 경우 립글로스로 입술을 슬쩍 촉촉하게 다듬으면(결코 번들거려선 안 된다) 신뢰감있는 눈빛에 깊이감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터널 내부의 조명 인테리어는
이처럼 모던하면서도 정감있게 꾸며져있다.


열차를 모티브로 한
각각의 테이블은 여행의 감칠맛도 더해준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시간 여행을 하듯 마음을 아득하게 가꿔주는데―


로맨틱한 조명과
웅장한 실내 장식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남녀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 또한 있었다.

차분하지만 역동적이고,
동화같은 분위기를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모험심을 자극한다.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고
무드의 균형을 잘 잡아냈다는 점은 청도 와인터널의 실내 인테리어가 지닌 장점 중 하나다. 때문에 연인끼리 오든, 친구와 함께 오든, 가족 나들이를 즐기든 각자의 감성에 따라 서로 다른 느낌으로 터널 내부를 즐기도록 이끈다.



100여 년 전에 완공된 이 열차터널은
1937년에 잠정 폐쇄된 곳이었다. 이후 6·25전쟁 때는 군수물자 운송 통로로, 광복 후엔 버스가 지나다니는 도로로 활용되다 점점 인기척도 나지 않는 외딴곳이 되었다.

와인터널
주소 경북 청도군 화양읍 송금리 252-2
설명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가 담긴 터널와인의 깊은 향과 맛
상세보기

하지만 지난 2006년 봄부터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감으로 만든 세계 최초의 와인을 저장 · 숙성시키는 장소로 이 열차터널을 활용하면서부터 '청도 와인터널'은 관광 명소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지금은
해외 관광객들의 방문도 늘고 있으며, '청도 반시'라는 지역 특산물과 연계한 덕분에 농촌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얼마 전 이곳은 그간 꽁꽁 걸어 잠궜던 '비밀의 문'을 활짝 열었다.


와인 숙성고로 활용하는 이곳은
그간 일반에게 공개된 적 없던 장소인데, 이탈리아 유리 공방 '스키아본 가문'의 유리 공예 작품을 전시하며 드디어 일반인들도 구경할 수 있게 된 것.

참고로 '떼루아 드라마 촬영 세트장'과 연계해서 열리고 있으며,
관람료 5천원만 내면 전시장 두 곳 모두를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전시는 와인 숙성고를 지나
터널 끝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베니스 글라스 판타지아 전>은 이곳 청도 와인터널의 이미지와도 잘 맞아떨어졌다.


1200℃에서 각양각색의 유리를 녹여 색을 입히고
800℃ 정도로 온도가 떨어졌을 때 무늬를 새겨넣어 만들었다는
이 유리 공예 작품은 그 자체로 장인정신과 인내심을 엿보게 한다.

그래서 전시를 보다보면 절로 감탄과 경이로움이 터져나오는데,
작품이 지닌 이같은 개성은 오랜 시간 동안 숙성시켜야 제맛이 나는 '감와인'과 더불어 청도 와인터널을 더욱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어 준다.


100여 년의 세월,
그리고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 경부선 개통 등 근현대 시기의 우리 삶과 궤적을 함께 한 이곳은 그저 관광지라는 차원을 넘어서서―

그 자체로 사람의 삶과 손길 및 역사가
자연과 한데 어우러진 미적인 공간이다. 또한 건축 공학과 예술, 인문학이 접점을 이룬 장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길이 1,015미터. 높이 5.3미터. 폭 4.2미터로 구성된 청도 와인터널은
초기 철도 기술 연구의 소중한 자료이자, 더불어 토목 및 건축공학적 구조물로서 그 미적 가치도 우수한 관광지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한때나마 잊혀진 공간을 와인 저장 및 숙성고로 탈바꿈시켰다는 점까지 더해지며
우리 인간의 현명함과 지혜도 새삼 느끼도록 해준다.

한여름의 무더위 대신
가을의 정취와 여유를 미리 즐길 수 있는 피서지로도 제격이지만,
이같은 사실을 염두에 두고 둘러보면 삶의 풍요로움마저 더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장장 2시간 넘게 머물며
긴팔 셔츠가 무척 그리워지기도 했는데―

   혹여나 오랫 동안 청도 와인터널의 매력을 느끼고자 한다면, 얇은 카디건 한 장 정도 챙겨가면 도움이 될 듯!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래 추천 버튼도 꾸욱 눌러주시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1. 너돌양 2011.08.05 09:42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청도 와인터널 잘 보고 갑니다~

  2. 여강여호 2011.08.05 09:44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와인 창고 겸 터널이군요...
    아마도 지금껏 가장 색다른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3. 에어헌터 2011.08.05 09:51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청도 어느 마을이던가 집집마다 나무 한 그루씩 있고 아주 운치있었던 기억나네요.
    좋은 감상했습니다.^^

  4. 카라의 꽃말 2011.08.05 10:34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오우~ 여기 좋은데요. 이색 피서지~ ㅋㅋ
    즐거운 금요일 되시고요~ 파이팅~

  5. 그린레이크 2011.08.05 11:00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청도 와인 터널~~정말 멋지네요~~
    더운 여름 한바퀴 돌고 오면 더위가 싸악 물러가겠어요~~

  6. 핑구야 날자 2011.08.05 12:16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말로만 듣던 와인터널에 다녀오셨군요... 부럽네요

  7. 영심이~* 2011.08.05 12:39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와~ 예전에 티비에서 보고 참 좋은곳이라 생각하고는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ㅎㅎ
    아웅 이런곳을 다녀왔어야 하는데...^^

  8. 감소녀 2011.08.06 11:35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고향이 청도인데도 저런 곳이 있는 줄 몰랐네요.
    감 와인 정말 오묘한 맛을 가진 와인입니다.
    색깔이 첫째로 아름답고(예쁜 것이 아니라)
    맛이 그윽하고 오묘합니다.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아쉽지만 대중의 사랑을 받을 날이 올 것입니다.
    홍시가 되기 전의 감 속살 처럼, 맑고 투명한 노란 빛의 감 와인.
    이렇게 여기서 고향 소식을 보니 기분이 좋네요.
    고향가면 꼭 들려야 겠어요. ^^

  9. 똥궁디 2011.08.17 22:49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잘보고 갑니다~
    경북 여행을 준비중인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사진 잘찍으시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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