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타일 트렌드는요―,
개성이에요."
한달 반 전, '청도'라는 좋은 장소를 내게 소개해 주었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G가 누군가에게 지나가는 소리로 했던 말이었다.
하지만 결코 가볍게 흘릴 말이 아니었다. 받아 먹는 것과 주는 것에 익숙하던 시대에서 스스로 떠먹는 사회로의 이행 속도가 빨라졌다는 건 눈으로도 확인 가능하기 때문이다. 패션 디자인에는 전혀 관심없던 친구가 직접 스케치한 의상 디자인을 들고 봉제 공장을 찾아가는 경우도 봤으니까.


스트리트 패션 칼럼 : 예상하지 못한 만남

그러나 때론, 혹은 여전히
내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충돌이 벌어지는 상황도 목도한다. 자신의 취향과 동떨어졌다는 것만으로 상대를 밀어내는 사람도 있다. 입맛에서부터 옷맛에 이르기까지.

물론 자기 생각을 피력할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또 법적·공익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면―

내 생각의 테두리 속에 상대를 가둬선 안 될 일이다.


선선한 바람에 콧등마저 시원해졌던 오후였다.

쇼핑몰 1층에서 간단히 늦은 점심을 해결한 뒤,
소화 촉진을 위해 지인과 함께 밖에서 열심히 수다를 떨고 있던 중이었다.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전혀 떠오르지 않지만,

그 순간 스쳐지나갔던 한 여인의 미소는 선명하게 기억한다.


참고로 나는 타투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맘속으로 소심하게 그려본 적은 있지만 시도할 엄두를 내진 못했다. 굳이 밝히자면 '내 주변 환경상 내게 실이 될 확률이 높고, 무엇보다 아플 것 같다'는 게 이유다.

좌우지간 내가 해본 적 없는 탓에
은연중에 타투에 대한 편견이 자리잡기도 했다. 이를테면 '포인트 효과'를 넘어서는 수준의 것이라면, 나 역시 상대를 밀어내려고 했던 경우가 많았다. 좀더 솔직하게 말하면, 그런 사람과는 눈길조차 주고받지 않았다.

이번에도 아마 처음엔 그랬을 것이다.
그저 시야에 들어왔으니 한번 쳐다봤을 뿐, 재빨리 눈길을 거두려고만 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그녀가 내게 활짝 미소를 지어보였고,
본능적으로 인사말이 오가고 말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시원했으며,
또한 어조는 자신감과 더불어 자유분방함이 흘러넘쳤다. 그리고 눈빛엔 상대를 향한 그 어떤 편견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되려 친근감으로 가득했다.
처음부터 벽을 세웠던 나와는 달랐던 점
이다.


그녀의 이같은 태도는
순식간에 내 편견을 부숴버리고 말았다. 너무나 멋진 미소와 목소리를 지녔고, 또한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가득했던 그녀를 단지 타투만으로 판단하려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던 순간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지금 당장 내 팔에 뭔가를 새겨넣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어떤 편견에 사로잡혀 그 사람의 내면이 지닌 아름다움을 놓쳐선 안 되겠다는 나름의 다짐을 아로새겼을 따름이다.



이틀 전 저녁이었다.
귀가를 서두르고 있었는데, 눈앞에 펼쳐진 낯선 풍경이 나를 가로막았다.

그들을 보자마자 떠올린 단어는 '자유'.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으로 학습된 특정한 틀에서 벗어난 그들의 어떤 행동이 내 발길을 멈추게 했다. 또 하나의 편견이 부숴지던 순간이었다.

그녀의 팔, 그리고 그의 팔.
각각의 위치가 자아내는 언어는 그동안 내가 학습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사진만 봐도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다들 유추할 거라 생각되니,
굳이 긴말을 하진 않을 생각이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꼭 말하고 싶다.

두 사람 모두 무척이나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쳤다는 사실.
그리고 아울러
   서로의 취향과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것이 곧 '개성의 본질'이라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좀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던 저녁이기도 했다는 점.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래 추천 버튼도 꾸욱 눌러주시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1. *저녁노을* 2011.09.09 09:36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상큼하네요. 발랄해 보이구요.ㅎㅎ

    잘 보고갑니다.

  2. 소인배닷컴 2011.09.09 10:10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서로의 취향과 삶의 방식을 존중한다는 것...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3. 노펫 2011.09.09 10:23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인상깊은 사진이네요.
    남녀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알게 모르게 제 머리속에도 박힌듯
    깨야겠어요~ 팍! 팍!
    사진 잘보고 갑니다.
    노펫.

  4. 핑구야 날자 2011.09.10 07:59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요즘은 심심치 않게 문신을 보는데,.. 아직은 맨살이 좋아요,... 추석 연휴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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