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아직도?"
어쩌면 한 살 때 엄마 등에 업혀
그들을 처음 보고, 지금은 연인의 손을 잡고서 또다시 그들과 만난 스무살 젊은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게다가 한두 명이 아닐 듯. 일명 '대학로 명물, 혹은 대학로 거리의 악사, 또는 대학로 스탠딩 개그맨' 등으로 통하는 김철민·윤효상 콤비가 대학로에 자리잡은지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 드럼은 깨졌지만,
젊음과 열정은 그대로다.


길거리 최고 스타

    대학로에선 내가 (여전히) 제일 잘 나가!


나뭇잎 사이로 갈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던 지난 일요일.
옆에 계시던 한 중년 신사 분이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처음 봤을 땐 나도 풋풋한 20대 대학생이었지."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던 그는 아들과 함께 오랜만에 대학로를 찾았다고 하는데, 처음엔 '설마 아직도 공연을 할까?' 싶었단다. 기대는 했었지만 반신반의했던 것.

"그때가 바로셀로나 올림픽이 열리던 해였으니까
정확히 20년 전, 1992년이었죠."

그 사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애도 낳았다며 활짝 웃는 중년 신사. 하지만 그의 눈빛은 20년 전으로 되돌아간 듯했다.


바로 김철민·윤효상 콤비가 여전히
주말마다
대학로에서 거리 공연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변한 게 있다면
드럼이 깨졌다는 것과 주름살이 좀 늘었다는 것 정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거리 공연 질주'를 막지는 못한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주변은 그들이 가장 자유롭게,
그리고 대중과 더불어 호흡할 수 있는 최적의 공연 장소다.


따로 무대의상을 준비할 필요도 없다.
얼마나 편한 마음으로 대학로에 나오는지는 그들의 옷차림만 봐도 알 수 있는데, 전혀 신경 쓰지 않은 듯한 패션은 그같은 마음을 대변해 준다.


앰프나 마이크도 없이 펼쳐지는 공연은 또 어떤가.

그야말로 생동감이 넘친다. 가끔은 아슬아슬할 때도 있다. 혹여나 목이 상하지 않을까. 그래서 더이상 공연을 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도 않을까, 하는 염려.

그러나 앰프나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 데엔
그들만의 분명한 철학적 이유가 있다.


마이크와 앰프를 사용해서
시끌벅적하게 사람을 모을 수도 있지만,
'거리 공연자들'이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처럼 좁은 장소에서 너나할 것없이 마이크와 앰프를 사용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시민들이라는 생각에서다.

뿐만 아니다.
어느 한 팀이 앰프를 사용하면 다른 팀은 공연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소리가 뒤섞이면 소음이 되기 때문인데, 이는 곧 거리 문화를 병들게 하는 원인이 된다.


거리 문화의 풍요로운 발전을 위해
이렇듯 일부러 마이크와 앰프를 사용하지 않는 것.

이쯤되니 생생한 목소리와
꾸밈없는 패션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이를테면
"나는 개그맨, 여러분은 관객"이라는 구분이 아니라,

<우리 모두 다함께 문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깊이 각인된다.

공연자와 관객의 구분이 허물어지고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은 김철민·윤효상 콤비의 거리 공연이 갖는 특징이다. 앉아있는 사람을 불러내어 게임을 즐긴다든지, 노래 부르다 말고 길가는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는 등의 모습에서 이같은 점을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입을 크게 열고 목청껏 소리 질러야 하지만,
덕분에 사람들은 그들과 더욱 거리를 좁힐 수밖에 없다.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떤 노래를 부르는지 듣고 싶다면
좀더 가까이 다가가야만 하니까.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공연자와 관객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마치 '동네 사람들끼리 모여서 수다 떠는 듯한 분위기'가 된다.

평범한 패션은 이를 도모하는 주효한 도구.


흡사 어린 시절,
동네 골목 한곳에 자리잡고 있던 평상 위에 서서
노래 부르던 아저씨같은 모습이랄까.

'내가 거리 문화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는 다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외치는 것만 같다.


실제로 윤효상 씨는 4년 전
CBS FM 라디오 <배한성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에 출연하여 자신의 거리 문화 철학을 이처럼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매 주말마다 거리에서 공연하겠다고 약속한 시간은 30년.
이제 그 약속을 달성하기까지 8년 정도 남았는데―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거리 공연을 이어가는 데엔
또다른 이유가 있다.

'소년소녀 가장 돕기 모금 활동'이 바로 그것.
두 명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서른 명 가까운 소년소녀 가장을 돕고 있다. 혹여나 '대중들의 착복 의혹'이 있을까 싶어 그들은 매 공연 때마다 절대 한푼도 착복한 적이 없다는 점을 피력하기도 한다.


윤효상 씨 스스로가 집없이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한 적이 있었기 때문일까.
혹은 그 역시 힘든 사춘기 시절을 보냈었기 때문일까.

'없는 사람이 없는 사람의 마음을 안다'는 말이 괜스레 떠오르기도 했다.


'이웃 돕기는 시도때도 없이 해야한다'는 일상적 기부 문화 정착과
거리 문화의 긍정적 발전에 이바지하는 김철민·윤효상 콤비.
   40대 중반이지만 이렇듯 여전히 열정으로 가득한 그들의 모습을 보니 진정 '동안 의미'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젊게 사는 것'인지 그 의미 또한 새삼 되새기게 했는데, 앞으로도 변함없이 대학로를 지켜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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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굴뚝 토끼 2011.09.20 16:41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나름 대학로에서 청춘을 불태운(!) 세대인데,
    왜 저한테는 낯설기만 한걸까요?...ㅎㅎㅎ

    맨정신으로 대학로를 걸어다녀 본 적이 없어서 그런듯...^^

  2. 소인배닷컴 2011.09.20 18:17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이런 멋진 분들이 계셨다니...
    마로니에 공원 가까운데 언제가면 볼 수 있으려나요... = =;

  3. 시림, 김재덕 2011.09.20 23:22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당신들 처럼...
    해 맑은 마음에 이유를 듣습니다
    노래와 나누는 사랑이란
    조그만 한 조각의 따스한 손
    아름다운 당신들...
    그래,
    삶이란 소제를 다시 챙기며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4. 핑구야 날자 2011.09.21 08:07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김철민씨는 저도 한번 봤어요... 이런분들도 공중파에 소개되었으면 좋겠군요

  5. HS다비드 2011.09.21 11:09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정말 멋진 분이시네요.

    자신들의 재능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 뿐 아니라 자신들만의 철학으로 생활하는..

    부럽기도 합니다^^ 저도 저렇게 제 소신을 다해서 뭔가를 하면 좋겠는데요^^

  6. 아저씨 2011.09.23 11:36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이 분들 공연을 본적이 있죠.. ㅎ

    약간 블랙코메디 계열의 느낌이었어요... 개그가 조금 쎄요.. 뭐 김구라 처럼... 막 나가는 그런것 정도보단... 공중파에선 하기 힘든 정도의... 성을 다룬다든가 욕을 하면서 개그를 친다든가 식의.... ㅎ

    그래서 처음 보고 웃으면서도 살짝 기분나빠하는 관객들도 가끔 보입니다만.... 그냥 개그로만 보면 괜찮죠... 사람을 오래 상대하셔서인지.. 관객에 맞춰서 반응도 좋으시고

  7. 홍현기 2011.09.26 15:23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이번에 종로구에서 종로를 배경으로 여행기공모전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푸짐한 시상금이 준비되어 있으니 블로거분들의 많은 응모 부탁드립니다.
    1. 응모기간 : 2011.08.29~10.03
    2. 응모방법
    - 종로의 구석구석 여행지에 재밌는 여행추억을 쌓는다.
    - 자신의 추억이 담긴 여행기를 자신의 블로그 및 홈페이지에 올린다.
    3. 종로구청 홈페이지에 게시정보(제목,사진1장,블로그주소)를 등록한다.
    4. 자세한 사항은 종로구청 홈페이지(http://tour.jongno.go) 참조

  8. 쥬르날 2012.02.13 06:54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대학로에서 종종 뵙고 있지요 ^^...
    가끔 목소리가 쉰것같은 느낌이 드신 것 같아 아쉽기도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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