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다시 만났다."
2010년 11월 4일 이후 무척 오랜만이다.
당시엔 페루의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직후였는데, 올해는 페루에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는 것이 정황상 특기할 점. 그저 우연이지만, 이렇듯 그가 한국에 올 때 즈음엔 마치 연례행사처럼 페루와 관련한 소식을 듣게 된다. 그래서 어쩌면 더욱 반가웠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가 블로그에 썼던 글을 그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링크 걸기도 했다는 점 역시 반가움의 한 이유였지만.

패션 디자이너의 꿈



호세 미구엘 발디비아(Jose Miguel Valdivia)는
페루의 국가대표급 패션 디자이너다.

2010년 11월에 페루 대사의 공식 초청으로 처음 우리나라를 방문하며 한국에서의 첫 번째 패션쇼를 열었던 그가, 근 1년만에 다시 우리나라를 찾아 옷을 선보였다. 아직 우리에겐 낯선 디자이너이지만, 그는 '보그 스페인판'을 비롯하여 프랑스 '르몽드' 등 유럽 언론이 손꼽는 중남미 하이패션의 선두주자 중 한 명이다.


그런 그가 작년엔 데님 소재에 페루만의 색채를 입혔다면,
올해는 면으로 직조한 니트를 통해 자신의 패션 정체성을 무대에 올렸다.

흰 도화지에 검정색 크레파스로 줄을 그은 듯 느껴지는
니트 투피스는 인체에 대한 배려가 무엇보다 돋보였다. 충분히 고민하고 수없이 척량했을 법한 줄무늬의 폭과 간격이 이를 잘 말해준다. 또 한편 원피스처럼 보이지만, 알고보면 상의와 하의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 역시 주목할 사항이다.


상의와 하의,
그리고 흰색과 검정색이 앙상블처럼 어우러진다.


또한 줄무늬와 얼룩말 무늬의 조화 등을 보면
그가 패션을 통해 꿈꾸는 이상향이 무엇인지도 엿볼 수 있다.


"패션은 만국공통어입니다."

편집된 부분이지만,
호세 미구엘 발디비아가 모 방송국과 인터뷰를 하며 건넨 말이다.

검정색과 흰색. 서로 폭이 다른 줄무늬. 상의와 하의.
무채색과 유채색. 가죽과 면. 현대적 실루엣과 고전적 정취 등등.

그가 쇼를 통해 선보인 패션의 기호들은 이처럼 상호대조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배타적이진 않다. 각각의 요소들은 마치 원래 하나인양 시치미를 뚝 떼고 있다. 서로 특성이 다르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이를 도드라지게 드러내기보다는 되려 어떻게든 손을 맞잡고자 노력하는 인상이다.

그가 패션을 통해 바라보고자 하는 세상의 장점 역시 이런 것이 아닐까.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포근하게 서로를 감싸안을 수 있는 바로 그런 삶의 모습.



패션쇼가 열리기 직전
무대 뒷편에서 그와 마주쳤을 때, 그가 먼저 환하게 미소 지으며 내게 악수를 청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 순간 내가 느꼈던 것은 아주 머나먼 곳에서 온 낯선 이의 냄새가 아닌, 마치 이웃집 아저씨같은 포근함이었다.

부러 미화하고자 하는 의도는 절대 아니다.
이는 분명 그 순간 내 감정의 표현이다.
그것도 실로 오랜만에 느껴본 '산뜻하게 다가오는 따뜻함'이었다.


디자이너의 그같은 감성은
곧장 패션쇼를 통해 재현되었다.

그는 하이패션 디자이너이지만
화려하거나 도도함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디자인의 영감은 자국 '페루의 여인들'이다. 삶의 질곡을 고스란히 간직한 그녀들의 표정과 손에 담긴 언어들이 그의 패션을 자극한다. 그래서 그가 선보인 옷은 손맛이 살아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비록 겉보기에 스타일이 화려하고 감각적이진 않지만,
덕분에 소박함이 돋보인다.


"페루 여인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담고자 했습니다."

역시 인터뷰에서 그가 했던 말이다.

소박함이란 어쩌면 서로 어울리기 위한 가장 훌륭한 열쇠일지도 모른다.
또한 그건 겸손함의 또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
적어도 그에게 만큼은.

그리고 이같은 그의 꿈이 잘 드러난 패션쇼이기도 했는데―


  앞으로도 그의 쇼를 한국에서 자주 볼 수 있었으면 하고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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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국품절녀 2011.10.16 23:13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정말 꾸밈없이 자연스럽네요.
    잘 보고 갑니다. ^^

  2. 핑구야 날자 2011.10.17 08:00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심플하면서도 편안한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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