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역서울 284에
모던걸이 되돌아왔다."
2004년 KTX 개통 및 신역사 건립 등으로
점점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던, 사적 제 284호 문화역서울 284(옛 서울역)의 시간이 100년 전 경성으로 향했다. 당시 최신식 근대 건물이었던 구 서울역 앞은 '시대의 변화와 함께 거닐고 미래를 마음에 품었던' 신여성들의 핫플레이스 중 하나였는데, 당대 패션 트렌드를 이끌었던 그녀들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 시절, 잘나가던 그녀들의 상징



2011년 10월 21일 오후,
1925년 건립 당시의 모습으로 재현된 문화역 서울 284(옛 서울역) 2층 복도.
스산한 가을 햇살이 천장에 설치된 설치미술가 김주현의 작품 '뒤틀림-그물망' 아래로 쏟아지고 있었는데, 햇살을 찬찬히 마시며 2층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두 여인을 만나게 된다.
'발끝이 보일 듯 말 듯한 길이의 한복 치마를 입고서 장옷 사이로 세상을 바라보던 조선의 여인'과 '발목이 드러난 통치마와 단발머리로 맵시를 뽐내던 신여성'이 그 주인공이다.

옷차림의 차이만큼이나 달랐던 삶의 방식 탓에
서로 충돌을 빚기도 했던 그녀들을 뒤로 하고 다시금 걸어들어가면―


우리나라 최초의 양식당이 자리잡았던 넓은 홀에서
그 시절 잘나가던 신여성들의 필수 패션 아이템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는데,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단발머리'.


머리를 자르는 것은 20년대 여성미의 표상이자 첨단 패션이었다.
근대적 패션잡지 <신여성> 1925년 8월호 기사를 통해 알 수 있듯, 단발머리는 당시 사회에 새로운 미적 경험을 선사하게 된다. 뒷머리 아래로 드러난 목선과 두 뺨을 가리는 머릿결, 그리고 바람에 나풀거리는 머리카락이 바로 그것.


당대 여성들의 자발적인 근대 인식과
미의식을 엿보게 하는 극적인 장면 중 하나로서
단발머리는 20세기 초, 모던걸의 상징으로 자리잡게 된다.


1924년 겨울, 여성들 사이에서 대유행한 것은 '뜨개질'이었다.
그 중에서도 곱게 물든 털실로 짠 숄은 사회 활동이 부쩍 늘어난 여성들의 겨울철 필수 패션 아이템이 된다. 신분 및 연령을 막론하고 당시 털목도리 안 두른 여자가 없다고 했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20년대 말, 당대 언론이 주목한 또다른 아이템은 여자들의 핸드백.

꼭 휴대품이 많아서라기보다는
단아한 여성미와 자세를 바로잡아줄 아이템이 바로 손가방이었다. 그 시절 잘나가던 여자들은 핸드백이 없으면 외출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고 하는데, 여자들의 가방 사랑은 이렇듯 대략 1세기 전부터 시작된 듯.


이것없이는 고향에도 가고 싶지 않다는
희대의 패션 아이템도 있는데,

날씨가 좋든 나쁘든
심지어 어둑어둑한 밤중에도

여자들이 꼭 쓰고 다녔다는 그것은 '양산'이다.

 
오늘날의 일명 '명품'처럼 대접받았던 양산은
신여성의 필수 휴대품이자, 또한 잘 배운 여자의 상징과도 같았다. 그리고 '무언 중에 여학생임을 말해주는 표시인 것 같아'라는 <신가정> 1935년 2월호의 내용처럼, 양산은 20세기 들어 새롭게 등장한 '여학생'이라는 계층을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였다.


여학생이라는 새로운 계층의 등장과 함께 나타난
의복의 또다른 변화 중 하나는 점차 길어진 저고리와 더불어 '어깨 허리 통치마'의 유행이었다. 남자의 양복 조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게 되었다는 이것은 여학생들의 활동성을 보장하기 위한 패션 아이템이자 또한 그들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는 기호였다.


여학생들의 교복으로 활용된 '어깨 허리 통치마'는 곧
여성들 사이에 대유행했고, 신여성의 대표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잡게 된다.


1세기 전, 잘나가던 그녀들의 필독서.
<신여성>은 당시 단 하나뿐인 여성 패션잡지였다.

잡지 <신여성>은 당대 생활상의 변화를 재빠르게 소개하고,
더불어 트렌드를 선도하던 패션지로서 아직 신문물을 받아들이지 못한 부녀자들에겐 남편이 대신 사다가 읽어줘야 한다고 했을 만큼 인기를 누렸다.


여자들에게 황금팔뚝시계를 선물해주지 못한다면,
남자들은 여자들과 악수할 자격이 없다는 기사 내용이 눈길을 끈다. 그만큼 손목시계는 모던걸의 필수품목이었다. 지식인 계층임을 드러내는 안경 또한 마찬가지.

이와 같은 손목시계와 안경은
사회 전반적으로 학력과 자본을 중시하기 시작한 당시 풍조를 엿보게 한다.

참고로 '문화역 서울 284' 2층에서 전시 중인 신여성들의 패션 아이템은
10월 30일 일요일(10월 24일 월요일은 휴관)까지 만나볼 수 있고,
전시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100년 전 신여성들과 아쉽게 이별을 고하고 내려온
옛 서울역 1층의 모습.

한때 수많은 사람들이 머물던 그곳은 패션쇼 준비로 분주했다.


스타일리스트 서영희가 예술감독을 맡고
한복 디자이너 6인이 참여한 <한복, 근대를 거닐다> 패션쇼.
백스테이지에선 모델들이 런웨이로 나가기 위해 대기 중이었는데


신여성들의 패션을 복고하고
아울러 우리 한복의 현재와 미래를 제안했던 패션쇼 무대는
   내일 이 시간에 소개할 예정이니 기다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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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녁노을* 2011.10.22 11:44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패션 리더들의 아이템...

    잘 보고가요.

    즐거운 주마 ㄹ되세요.

  2. 라이너스™ 2011.10.22 11:50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정말 모던한데요.^^
    멋집니다.

  3. 핑구야 날자 2011.10.22 13:50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손목시계는 잘 안차게 되는데.. 패션아이템으로 활용하면 좋겠군요

  4. 소춘풍 2011.10.23 02:19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뿅뿅 하트 눈길이 그려지는데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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