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빌 수밖에 없는 쇼장은
공허할 것이다."
2012 S/S 서울 패션위크를 준비하며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디자이너 최복호의 이 한마디에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가야 했다. 그는 자기 주변엔 '스타류의 인기인이 없다'고 했고, 그래서 스타를 통한 집객효과를 얻기 힘들다고 밝혔다. 확실히 패션쇼에 톱스타가 등장하면 자연스레 미디어의 집중관심을 받게 된다. 심지어 그들이 모델로서 무대에 오르면 실시간 뉴스로 대중에게 전달되며, 스타가 입은 옷은 사람들의 호기심으로 이어진다.

패션, 미술을 입다



국내 '패션 컬렉션'은
서울 패션위크, SFAA 서울 컬렉션,

대구 패션페어 컬렉션, 부산 프레타포르테 등이 있다.


디자이너 최복호는 자신의 2012 S/S 패션쇼를 이 중 무려 세 곳에서 개최했다. 서울과 부산, 대구. 이렇게 3대 도시에서 하루 내지 1주일 간격으로 연거푸 열었던 것. 꽤 이례적이랄 수 있으며, 또한 이렇게 3대 도시를 돌며 시즌 패션쇼를 선보인 디자이너는 그리 많지 않다. 특히 2012 S/S 패션쇼 중에선 유일하다.

"패션 디자이너가 컬렉션을 통해 트렌드를 발신하는 것은 책무다."

이 한마디의 문장에서 그가 3대 도시를 돌며 쇼를 개최한 이유를 엿볼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가 국내 시장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와 미국, 일본을 비롯하여 중국과 싱가폴, 독일과 루마니아 등 세계 각국에서 쇼를 개최한 바 있으며, 얼마 전에도 파리 프레타포르테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그는 오랜 시즌 동안 예술가들과 협업한 작품을 선보여왔다.
화가를 비롯하여 그래픽 디자이너 등 분야도 다양하다. 2012 S/S 패션쇼 역시 마찬가지. 그래서 그의 패션쇼는 갤러리에서 다양한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번 시즌에 그가 선보인 의상은
장경옥 화백과 양향옥 화백의 미술 작품을 감싸안았다. 특이할 사항은 이들이 각각 서양화와 한국화를 그린다는 점. 그리고 그 중심에 한국적 아방가르드 패션을 지향하는 디자이너 자신이 위치한다. 때문에 컬렉션은 마치 삼각편대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즉 장경옥 화백과 양향옥 화백, 디자이너 최복호가
각각의 꼭짓점에서 제 역할을 수행하고
또 이들이 만나 삼각형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서양화의 강렬한 색감과 한국화의 은은한 색채 등이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재탄생한 런웨이는 그래서 무척 몽환적이면서도 생동감이 넘쳤다.

이를테면 '미술작품'을 입은 셈이며,


갤러리에 조용히 걸려있어야 할 그림들이
동화 속 이야기처럼 살아움직였다랄 수 있다.


이처럼 미술작품을 패션이라는 범주로 감싸안으면
'평면적 미학'을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을 얻게 된다. 싱그러운 봄꽃이 가벼운 '러플(물결모양으로 주름을 잡은 것)' 장식과 만나 생생한 잎사귀로 표현되는 것처럼.


아울러 인체의 선에 따라 그림은 변형되고, 옷을 입은 사람의 표정과 동작에 따라
작품은 변주를 거듭한다. 옷이 지닌 기능과 접목한 미술작품은 이렇듯 우리 삶 속에서 다양한 느낌으로 되살아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동시대적 감수성까지 그림에 투영시켰다.
미술작품을 2012 S/S 시즌 트렌드 중 하나인 '프린트 온 프린트(다양한 무늬를 서로 겹쳐 입는 것)'로 표현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는 갤러리에 전시된 그림을 보는 것과 다른 '색다른 차원의 미술 감상 경험'을 제공한다.


또 패치워크 작업을 통해 색이 다른 패브릭을 이어붙인다든가,
혹은 서로 다른 색상의 실을 엮어서 표현하는 것과 같은 작업을 통해
화가의 그림은 이렇듯 시즌 트렌드와 마주하게 된다.


이같은 동시대성은 미술 작품과 대중의 원활한 소통을 이끄는 것은 물론,
그 작품에 영속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의미있는 작업이다.


그의 말대로 비록 스타를 통한 집객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웠을지 몰라도,
적어도 그의 쇼를 본 한 사람으로서 나는 런웨이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색다른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그리고 공허할 수밖에 없는 쇼장이 될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그가 펼친 런웨이는 충분히 풍요로웠다. 다채로운 컬러의 레깅스와 빈티지 데님 느낌으로 표현한 재킷, 수많은 회화 작품들을 패치워크로 껴안은 원피스에 이르기까지 우리 패션의 자양분을 한층 더 넓히기도 했다.


지난 주말 MBC <시사매거진 2580>은
2012 S/S 서울 패션위크 풍경과 함께 우리 패션 산업의 위기를 진단했었다. 가격대가 높든 낮든 서구 패션 브랜드에 밀리는 한국 패션 산업의 현주소는 확실히 위태롭다. 특히 그 중에서도 디자이너 개인이 단독으로 끼어들 틈은 더더욱 좁다.

하지만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디자이너 최복호는
KBS 9시 뉴스 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 패션의 중심, 더 나아가 세계 패션의 중심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패션쇼를 열었다'고 답하기도 했는데―
   그의 꿈이 실현될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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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핑구야 날자 2011.11.02 12:39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그야 말로 예술이네요...

  2. 지이크파렌하이트 2011.11.02 18:52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멋있네요^^ 새로운 시도들도 많이 보이고.. 진짜 미술 작품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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