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이었나..."
자수와 깃털, 구두 등 샤넬 패션을 완성하는 각 공방의 장인들이 서울을 방문해 작업 과정을 시연하고 관객들의 박수 갈채를 받은 적이 있었다. 에르메스 또한 그 유명한 켈리백과 스카프 작업 과정을, 보테가 베네타는 홈페이지를 통해 장인의 기술을 영상으로 소개하기도 했었다. 특히 샤넬은 공방 장인에게 경의를 표하는 '공방 컬렉션'을 매년 열기도 한다. 이른바 '명품'으로 불리는 이들의 자부심과 생명력― 그 근원엔 이처럼 디자이너와 함께 일하는 공방 장인들이 자리잡고 있다.

진짜 명품



우리나라는 대신 '스타'를 앞세운다.
효과가 산술적으로 나타나는 탓이다. 누가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는지를 드러내는 것보다, 누가 입고 다녔는지 선전하는 것이 단기적으론 훨씬 수익률 높은 마케팅 방법이긴 하다. 덕분에 우리 패션 업계에 과연 '장인이 존재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많고, 심지어 '장인'을 그저 도급계약에 따른 하청업자로 취급하는 사람도 있다.

'메이커 딱지'를 더 가치있게 여기기 때문인데,

그래서 안타깝게도 기술력 뛰어난 장인들이
'짝퉁 시장'으로 흘러들어가기도 한다. 또 이들의 기술력이 워낙 좋다보니 모 패션 브랜드가 오히려 짝퉁 가방 기술자들을 대거 영입했다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감잡기조차 힘든 소문이 나돌았을 정도다. 명망 높은 패션 디자이너라 해서 크게 다르진 않다.

명예를 독점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작 바느질과 염색 및 가죽 무두질을 도맡았던 사람을 뒤로 숨겨선 안 될 일이다.


상황이 여전히 이러한 와중에 지난 주말,
낙엽이 짙게 깔린 '북촌'에서 의미있는 축제가 열렸다.


북촌 한옥마을에 터를 잡고 활동하는 공방 장인들이 직접 대중과의 소통에 나선 것. 이들은 '브랜드'를 내세우거나, 혹은 '스타'를 등에 업지 않고 오직 '기술과 정신'으로 대중과의 만남을 시도했다.

이들의 솜씨를 마음으로 읽어내려가는 시간은 그런 점에서 더욱 값지고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예산 부족 때문인지 그 흔한 행사 홈페이지 하나 없이 진행된 축제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람객들이 모여든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뿌듯함이다.


5대에 걸쳐 가업을 잇고 있는 금박 장인.
금을 얇게 펴서 입히고 무늬를 다듬는 작업을 보고 있노라면
댕기 하나에도 따스함이 스며든다. 


이름값에 기대지 않고도, 부러 가격을 높게 책정하지 않더라도, 누가 누가 하고 다녔다는 소리를 굳이 하지 않아도, 장인에게 경의를 표하고자 하는 자부심이 마음 속에서 절로 샘솟는다. 진짜 명품이란 바로 이런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최근 들어 부쩍
'스토리텔링' 하느라 정신없는 우리 패션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소비자의 판단에 합리성을 심어주고
높은 가격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애쓰며

스스로를 명품의 반열에 올려놓기 위해 연신 구슬땀을 흘리고 있지만,

정작 대중은 감동하지 않는다. 그저 허영심만 부추기는 까닭이다.

그 때문일까. <자신이 신고 다닐 구두를 만들기 위해 밤새워 일하는 구두 장인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는 '고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와 구두 장인 '지미 추' 사이의 일화>가 문득 떠오른다.

명품이 되고자 노력하는 패션 업계의 진정성은 식상하지만 결국 '정성'에 있다.
장인들의 손과 마음에 깃든 그 정성과 진심이 결국 소비자에게 감동을 준다. 명품이 되고자 가격만 높게 책정하고 스타부터 앞세울 일이 아니란 뜻이다.

묵묵히 바느질하고 금박을 입히고 가죽을 자르는 그 사람들의 손길을 높이 평가하는 문화부터 먼저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패션업계엔 그같은 문화가 없다. 한국 패션산업이 위기에 처했다며 대중에게 하소연하거나 혹은
해외 명품 업계를 탓하기 전에
  우리가 지금 무엇을 되살려야 하는지 고민부터 해볼 일이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래 추천 버튼도 꾸욱 눌러주시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1. 핑구야 날자 2011.11.07 12:12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명인이라고 부르고 싶네요,.,.,. 유럽에는 이런분들이 대접을 받던데...

  2. 유머나라 2011.11.07 13:23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정말 명품이로군요~

  3. 굴뚝 토끼 2011.11.07 17:45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금박 빨간 댕기!!!
    인상적입니다.

  4. 옆집태희 2011.11.07 21:09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일류대 나온 책상 머리에 앉아 볼펜이나 굴리는 인간것들이 대접받는 나라이니까요
    그러니 스티브잡스와 아이폰같은 사람과 제품들이 못나오는거죠

    패션계만 그런게 아니죠

  5. STYLE Mission 2011.11.08 00:51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제대로 됀 이야기네요!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크게 감명받고 갑니다


글 구독하기-아래 버튼만 누르면 된답니다.

+RSS FEED 다른 글 읽어보기
 
블코 추천버튼한RSS 추가버튼구글리더기 추가버튼
※패션쇼 5시간전,백스테이지엔 무슨 일이?
※패션쇼에서 만난 스타들
※페트병과 폐그물이 유니폼으로 변신?
※낡은 청바지의 적나라한 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