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받은 경품만 두 개"
지난 토요일 홍대에서 이색적인(?) 경험을 했다. 지나가다가 우연히 본 영화배우 박용우와 고아라의 길거리 무대인사 이벤트에서 운좋게 영화 '파파' 예매권을, 베이커리 가게에 들렀다가 행운권 추첨을 통해 블루베리 타르트 케이크 교환권을 건네받았다. 대략 두 시간 내에 한꺼번에 벌어진 일이다. 내친 김에 로또도 사볼까 했지만 안타깝게도 더이상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다.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분을 만나기 위해 홍대로 왔고, 온 김에 경품 두 개에 당첨되기도 했으니 그녀는 어쩌면 행운의 여신?

첫사랑의 고백처럼



소설가 신경숙.
딱 스무살이었던 여름, 나는 그녀의 소설집 <풍금이 있던 자리>에 푹 빠져있었다. 독자의 호흡마저 조율하는 세심한 문장과 내면 깊이 파고드는 이야기에 매료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책만 읽던 나날이었다. 그녀는 피아니스트였고, 나는 피아노가 된 느낌이랄까. 신경숙의 문장은 독자의 감성은 물론, 호흡과 눈길을 피아노 건반 두드리듯 선율로 승화시켰다.

그 리듬이 좋았고, 소설집 <오래전 집을 떠날 때>와 장편소설 <외딴방>도 내리읽었다. 대학 교수님도 작가 이야기를 했다. 낮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엔 공부를 했으며, 수많은 책을 원고지에 옮겨 적으며 문장력을 익힌 소설가라고. 주경야독이 따로 없었다.

2012년 1월 28일 토요일 오후 다섯 시, 북스리브로 홍대점.
나는 그곳에 있었지만 내 마음은 스무살로 되돌아갔다. 신경숙의 소설을 처음 읽었던, 탄산음료로 무더위를 이기던 그 여름방학의 청춘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한 권을 다 읽으면 서점으로 가서 다시 책을 사던 여름. 두근거렸던 젊음이 펼쳐지는 것만 같았다.


작가는 사인만 해주는 것이 아니었다.
어떤 식으로든 독자와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수줍어 하는 독자에겐 먼저 말을 걸었다. 애써 덤덤한 척했지만 떨리는 눈빛을 숨기지 못하던 내게 그녀는, 비가 하얗다고 생각하세요? 라고 물었다.


"작품 제목으로 써주세요."

아, 이런 엉뚱한 말이 내 입에서 툭 튀어나오다니.

사인받은 책을 건네받고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를 했는데
소설가 신경숙은 미소를 지으며―



"나도."

베스트셀러 작가의 예상치 못한 말에 내 눈은 그만
똥그래지고 말았다. 눈치챘을까? 내 마음을.


소설가 신경숙의 최신작 <모르는 여인들>은 신발로 시작해서
맨발로 끝나는 이야기다. 작가는 끊임없이 사람들의 발과 그가 신고 다니는 신발에 주목했다. 여자의 구두는 흔히 욕망의 상징이라고들 하는데, 표제작 '모르는 여인들'과 '세상 끝의 신발'과 같은 단편에서 신발은 인간 사이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매개체이자 한 인간의 삶을 표상하는 도구로 쓰인다. 심지어 사랑하던 사람들이 헤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소설집에 수록된 각 작품들은 또한 걷잡을 수 없는 이야기의 변주로 가득했다.
쉽게 말해서 결말을 속단할 수 없다. 특히 책 제목이기도 한 단편 '모르는 여인들'의 이야기 전개는 충격적이었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


뜨거운 커피를 고독하게 마시는 그런 느낌처럼
겉보기엔 고요하지만 속마음은 격정적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차분하면서도 강렬한 울림을 주는 단편들. 이렇듯 책을 읽던 와중에 나는 그 책의 작가를 만났다. 아니 스무살의 무더위를 식혀주던, 그리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마음을 보듬던 소설가를 만났다.

떨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고맙습니다, 라는 내 말에
바로 그녀가 '나도'라고 말하며 미소짓는 일이 벌어지다니!

마치 첫사랑의 고백을 받는 그런 기분과 떨림이 확 밀려들었다.
뛸듯이 기쁘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정말 폴짝폴짝 뛰고 싶었지만 보는눈이 많아 참았다. 그리고 지금, 내 가방의 아랫목을 차지하는 그녀의 신작 <모르는 여인들>은 흡사―
  첫사랑의 첫선물을 소중히 대하듯 나와 함께 하고 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래 추천 버튼도 꾸욱 눌러주시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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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록누리 2012.02.01 09:42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신경숙님의 미소, 사람을 덩달아 편하게 합니다.
    하얀비님, 비가 하얗다고 생각하세요?
    나도....라고 대답 저도 하고 갑니다.
    우째 같은 감정을 전하지 못할까....
    신경숙님의 작품은 대부분 다 읽었는데, 풍금이 있던 자리는 저도 몇번을 반복해서 읽었을 만큼 매료되였던 작품이에요.

  2. 푸른비 2012.02.01 11:58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하얀비..비가 하얗다고 생각하세요? 아! 톡톡 빗방울이 튀는 것 같은 대화군요.
    고맙습니다라는 말에 나도! 라고 대답하셨다구요?
    읽는 사람에게 즐거움과 여운을 가득 남겨주는군요. 추천 꾸욱~~~!

  3. 핑구야 날자 2012.02.01 12:10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그래도 독자와의 교감에 마음을 그대로 읽었을 겁니다. 사랑해주는 독자의 마음을 왜 모르겠어요

  4. 파리아줌마 2012.02.01 17:35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신경숙 작가 글 아주 좋아합니다,
    고맙다는 인사에 나도~ㅎ
    매력 있는 답변인것 같어요~~^^

  5. 굴뚝 토끼 2012.02.01 19:12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신경숙 작가도 white rain님 만큼이나 교감에 감동했을거라는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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