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열 명이 들어가면"
꽉 차 보일 듯한, 넓지 않은 전시 공간이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며 마음으로 느끼는 데 걸린 시간은 2시간 정도. 디자이너들이 작품을 매만졌을 시간에 비하면 그 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닐 터. 실과 바늘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직 손기술과 원단의 수축작용만으로 독특한 꽃무늬를 만들어낸 머플러에서부터 한글 자음 하나만으로 특별한 의미를 갖는 가방에 이르기까지, 작품 하나하나에 패션 디자이너들이 쏟았을 마음의 시간이 느껴졌다.
꽉 차 보일 듯한, 넓지 않은 전시 공간이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며 마음으로 느끼는 데 걸린 시간은 2시간 정도. 디자이너들이 작품을 매만졌을 시간에 비하면 그 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닐 터. 실과 바늘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직 손기술과 원단의 수축작용만으로 독특한 꽃무늬를 만들어낸 머플러에서부터 한글 자음 하나만으로 특별한 의미를 갖는 가방에 이르기까지, 작품 하나하나에 패션 디자이너들이 쏟았을 마음의 시간이 느껴졌다.
헤리티지 인 패션
전시 관람을 마치고 들른 인사동의 어느 식당에 앉아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와중에도 마음 속에선 전시의 여운이 아롱거렸다. 한동안 인사를 드리지 못한 교수님을 작품으로나마 우연찮게 만난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꺼진 촛불을 바라보듯 공허함이 밀려든 탓이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와중에도 마음 속에선 전시의 여운이 아롱거렸다. 한동안 인사를 드리지 못한 교수님을 작품으로나마 우연찮게 만난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꺼진 촛불을 바라보듯 공허함이 밀려든 탓이다.
"블로그 얘기를 들었는데 주소 좀 가르쳐줘봐."
한참 전의 일이다.
그리 복잡하지 않은 인터넷 주소지만 대충 얼버무리고는 다음에 만나서 알려드리겠다며 통화를 끝낸 적이 있다. 주말에만 집에 들르신다는 교수님은 작업실에다가 간이침대를 놓고 숙식을 해결하시던 분이었다.
패션을 하시면서도 옷차림은 늘 간소하셨다.
갓 대학에 들어간 당시의 내게 있어 그런 교수님은 선망이자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내 블로그를 보신다면 과연 뭐라고 하실까. 부끄러움이 앞섰다. 아니 그보다는 연예인 사진이나 찍어서 올리냐는 타박이 되돌아올 게 뻔하다.
교수님, 이건 그냥 취미에요.
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을 분이다.
한참 전의 일이다.
그리 복잡하지 않은 인터넷 주소지만 대충 얼버무리고는 다음에 만나서 알려드리겠다며 통화를 끝낸 적이 있다. 주말에만 집에 들르신다는 교수님은 작업실에다가 간이침대를 놓고 숙식을 해결하시던 분이었다.
패션을 하시면서도 옷차림은 늘 간소하셨다.
갓 대학에 들어간 당시의 내게 있어 그런 교수님은 선망이자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내 블로그를 보신다면 과연 뭐라고 하실까. 부끄러움이 앞섰다. 아니 그보다는 연예인 사진이나 찍어서 올리냐는 타박이 되돌아올 게 뻔하다.
교수님, 이건 그냥 취미에요.
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을 분이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지만
여전히 도록을 들여다보고 있다. 전시가 열리는 통인화랑에서 천원 주고 구입한 것인데, 유독 가방 하나에 계속 시선이 머물렀다.
히읗.
한글 자모의 열넷째 글자.
<한글의 ㅎ은 자음 중 맨 끝에 있으면서도 매우 아름답다.
표현 방법도 다양하다. 다양한 표현 중 하나를 캔버스 가방에 앉혔다.>
도록에 담긴 신화식 작가의 작품 소개를 보며 나는 본능적으로 손이 떨리는 걸 느꼈다. 생각해 본 적도, 고민해 본 적도, 아니 아름다움을 느낀 적도 없는 내게 '가방'은 아름다움을 한번 느껴보라고 말을 거는 듯했다.
이를테면 '어때? ㅎ의 아름다움과 그 무한한 표현의 가능성이 느껴지니?'라고―.
세종대왕님이 저 멀리서 덩실덩실 춤을 추시지나 않을까.
여전히 도록을 들여다보고 있다. 전시가 열리는 통인화랑에서 천원 주고 구입한 것인데, 유독 가방 하나에 계속 시선이 머물렀다.
히읗.
한글 자모의 열넷째 글자.
<한글의 ㅎ은 자음 중 맨 끝에 있으면서도 매우 아름답다.
표현 방법도 다양하다. 다양한 표현 중 하나를 캔버스 가방에 앉혔다.>
도록에 담긴 신화식 작가의 작품 소개를 보며 나는 본능적으로 손이 떨리는 걸 느꼈다. 생각해 본 적도, 고민해 본 적도, 아니 아름다움을 느낀 적도 없는 내게 '가방'은 아름다움을 한번 느껴보라고 말을 거는 듯했다.
이를테면 '어때? ㅎ의 아름다움과 그 무한한 표현의 가능성이 느껴지니?'라고―.
세종대왕님이 저 멀리서 덩실덩실 춤을 추시지나 않을까.
이건 우산을 펼쳐서 위에서 찍은 모습이다.
고려청자의 색과 무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박미령 교수는 소개하고 있다. 이런 우산을 쓰고 파리 한복판을 걸어다니다가 스트리트 패션 사진가에게 사진 한번 찍혀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고려청자의 색과 무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박미령 교수는 소개하고 있다. 이런 우산을 쓰고 파리 한복판을 걸어다니다가 스트리트 패션 사진가에게 사진 한번 찍혀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국보 191호 황남대총 금관의 이미지를
모던하게 재해석했다는 클러치백은 이종석 교수의 작품이다. 신라 금관의 촘촘한 장식을 클러치백에 오롯이 담았다. 혹여나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을 여배우가 있다면 강추. 작품이 하나밖에 없으니 서둘러야 한다.
모던하게 재해석했다는 클러치백은 이종석 교수의 작품이다. 신라 금관의 촘촘한 장식을 클러치백에 오롯이 담았다. 혹여나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을 여배우가 있다면 강추. 작품이 하나밖에 없으니 서둘러야 한다.
자개가 자아내는 꽃문양을 추상적으로 표현했다는 이민선 교수의 작품.
스카프 위로 드리운 자개의 꽃문양은 상당히 입체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식사를 마치고 들른 인사동 자개장 상가에서 책자를 놓고 한 컷.
스카프 위로 드리운 자개의 꽃문양은 상당히 입체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식사를 마치고 들른 인사동 자개장 상가에서 책자를 놓고 한 컷.
조선중기 시인이자 기생,
이매창의 한시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가방과 스카프는 한은주 작가의 작품. 특히 인상적인 점은 한시가 지닌 여백의 미를 흑백의 대비로 고스란히 가져왔다는 것. 그래서 가방의 속이 어떠하든 겉보기엔 여백의 아름다움이 진하게 묻어나온다.
이매창의 한시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가방과 스카프는 한은주 작가의 작품. 특히 인상적인 점은 한시가 지닌 여백의 미를 흑백의 대비로 고스란히 가져왔다는 것. 그래서 가방의 속이 어떠하든 겉보기엔 여백의 아름다움이 진하게 묻어나온다.
전시장 내부 촬영은 금지라
이렇듯 몇 작품을 책자로나마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우리 문화유산 및 선조들의 생활 양식을 근간으로 한 패션 아이템은 그 자체가 지닌 가치를 떠나, 어떤 영감과 가능성을 읽게 한다는 점에서 깊은 뜻이 있다.
해외 패스트패션과 고가품 시장에 밀려 국내 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패션시장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우리만의 정서와 혼이 담긴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에 남기는 것 또한 의미있는 일이지 않을까.
이렇듯 몇 작품을 책자로나마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우리 문화유산 및 선조들의 생활 양식을 근간으로 한 패션 아이템은 그 자체가 지닌 가치를 떠나, 어떤 영감과 가능성을 읽게 한다는 점에서 깊은 뜻이 있다.
해외 패스트패션과 고가품 시장에 밀려 국내 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패션시장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우리만의 정서와 혼이 담긴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에 남기는 것 또한 의미있는 일이지 않을까.
오늘은 여섯살 아이마냥 교수님께 전화 한 통 드려야겠다.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래 추천 버튼도 꾸욱 눌러주시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