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휘둥그레졌다."
옆에 있던 어느 외국인도 마찬가지였다.
옆에 있던 어느 외국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오 마잇 가앗!', '와~우!'를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모른다. 괜한 감탄이 절대 아니었다. 어르신도, 아저씨도, 아주머니들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대여섯 명 남짓한 그들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라도 발견한 듯 놀라움과 감동과 환희를 표현하느라 바빴고, 그럴 때마다 처음 본 사이임에도 서로의 기쁨을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그리고 사진 찍느라 정신없이 오갔다. 글쎄, 고작 가방 하나 가지고 그렇게 놀랄 필요까지 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가치의 재발견-가방의 놀라운 비밀
36년 가까이 시장(흔히 생각하는 그런 재래시장)에 가방을 납품한
가방의 달인이 만든 작품은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런데 손으로 수놓은 바늘땀의 정교한 솜씨나 형태를 다듬는 실력 때문에 놀랐던 것만은 아니다.
가방의 달인이 만든 작품은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런데 손으로 수놓은 바늘땀의 정교한 솜씨나 형태를 다듬는 실력 때문에 놀랐던 것만은 아니다.
미처 상상하지 못한 가방인 탓이다.
물론 겉보기엔 어느 해외 유명 브랜드의 잘나가는 가방과 형태적으로 비슷해 보이기도 하나, 사실 이 가방의 놀라운 비밀은 따로 있다.
물론 겉보기엔 어느 해외 유명 브랜드의 잘나가는 가방과 형태적으로 비슷해 보이기도 하나, 사실 이 가방의 놀라운 비밀은 따로 있다.
이른바 '명품'으로 불리는 해외 고가품 가방의 형태를
모티브로 한 작품들로서― 언뜻 봐도 알 수 있듯, 아니 백화점 1층을 좀 다녀본 사람이라면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브랜드의 가방과 그 구조적 측면에서 유사하다. 네임택도 있다. 그러나 네임택에 새겨놓은 문구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숨은 가치>
모티브로 한 작품들로서― 언뜻 봐도 알 수 있듯, 아니 백화점 1층을 좀 다녀본 사람이라면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브랜드의 가방과 그 구조적 측면에서 유사하다. 네임택도 있다. 그러나 네임택에 새겨놓은 문구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숨은 가치>
색상이나 문양은 전혀 다르지만 모양새만 봐도 연상되는 3초백.
대체 이 가방들의 정체는 뭘까.
자세히 들여다보기 전에,
발길을 잠깐 돌려 쇼핑을 좀더 해보자.
대체 이 가방들의 정체는 뭘까.
자세히 들여다보기 전에,
발길을 잠깐 돌려 쇼핑을 좀더 해보자.
벌써부터 봄이 연상되는 화사한 조끼.
허리띠를 따라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면 패션 아이템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제가 눈에 띈다. 무릎을 탁 쳤을 분도 있을 듯한데, 이 조끼의 재료는 바로 수세미. 일일이 손으로 수세미 사를 엮어 만든 옷이다.
그리고 허리띠는 주방에서 사용하는 수세미의 형태를 미학적으로 본떴다.
이를테면 수세미 조끼를 입고서 허리에 묶은 수세미로 설거지를 하면 되는 식.
의류 원단과는 거리가 먼 수세미로 조끼와 벨트를 만든 이 작품은 주방일로 고단한 여인의 내면을 담담하게 드러내고 있다.
허리띠를 따라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면 패션 아이템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제가 눈에 띈다. 무릎을 탁 쳤을 분도 있을 듯한데, 이 조끼의 재료는 바로 수세미. 일일이 손으로 수세미 사를 엮어 만든 옷이다.
그리고 허리띠는 주방에서 사용하는 수세미의 형태를 미학적으로 본떴다.
이를테면 수세미 조끼를 입고서 허리에 묶은 수세미로 설거지를 하면 되는 식.
의류 원단과는 거리가 먼 수세미로 조끼와 벨트를 만든 이 작품은 주방일로 고단한 여인의 내면을 담담하게 드러내고 있다.
지금 보고 있는 작품은 앞치마인데 비하인드 스토리가 눈길을 끈다.
횟집사장님의 숙련된 횟감 뜨기 기술로 패턴을 떠서 제작한 것. 오랫 동안 횟집을 운영한 시장 상가 아주머니와 섬유조형예술가의 협업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그래서 앞치마 곳곳엔 사용자를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일손이 부족한, 그리고 바쁠 땐 정신없는 횟집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또 손에 물이 마를 날 없는 아주머니들을 위해 습기가 빨리 건조되도록 앞치마 주머니에 트임을 떴으며, 또한 쉽게 손을 넣을 수 있도록 주머니를 조형적으로 다듬었다.
주문서나 계산서를 넣는 곳과 손주머니를 구별한 점 또한 마찬가지인데,
이는 예술가와 상인의 소통의 결과물이다. 덕분에 조형미는 물론 편의성과 개성까지 담아낸 멋진 앞치마가 탄생했다.
횟집사장님의 숙련된 횟감 뜨기 기술로 패턴을 떠서 제작한 것. 오랫 동안 횟집을 운영한 시장 상가 아주머니와 섬유조형예술가의 협업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그래서 앞치마 곳곳엔 사용자를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일손이 부족한, 그리고 바쁠 땐 정신없는 횟집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또 손에 물이 마를 날 없는 아주머니들을 위해 습기가 빨리 건조되도록 앞치마 주머니에 트임을 떴으며, 또한 쉽게 손을 넣을 수 있도록 주머니를 조형적으로 다듬었다.
주문서나 계산서를 넣는 곳과 손주머니를 구별한 점 또한 마찬가지인데,
이는 예술가와 상인의 소통의 결과물이다. 덕분에 조형미는 물론 편의성과 개성까지 담아낸 멋진 앞치마가 탄생했다.
이쯤되면 지금 보고 있는 곳이 백화점이나 쇼핑몰이 아님을 짐작했을 듯.
이곳은 동대문 역사문화공원 내에 위치한 디자인 갤러리이며, 현재 '신당 생활사 박물관'이 2월 29일까지 무료 전시 중이다. 재래시장 지하상가의 빈 점포에 입주한 예술가들이 이웃 상가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또 손을 맞잡고 작업한 작품으로서 지역의 일상과 문화 및 역사에 기반을 두고 제작했다고 한다.
안타까운 점은 안내 책자가 고작 A4 복사지 한 장이었다는 것.
그것도 9포인트 남짓한 글자 크기로 양면에 걸쳐 깨알같이 전시를 소개하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소박해 보이기도 했지만 자그마한 글자들 너머로 작업의 이면이 엿보기도 했다.
아래 보이는 어느 작가의 넋두리처럼.
이곳은 동대문 역사문화공원 내에 위치한 디자인 갤러리이며, 현재 '신당 생활사 박물관'이 2월 29일까지 무료 전시 중이다. 재래시장 지하상가의 빈 점포에 입주한 예술가들이 이웃 상가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또 손을 맞잡고 작업한 작품으로서 지역의 일상과 문화 및 역사에 기반을 두고 제작했다고 한다.
안타까운 점은 안내 책자가 고작 A4 복사지 한 장이었다는 것.
그것도 9포인트 남짓한 글자 크기로 양면에 걸쳐 깨알같이 전시를 소개하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소박해 보이기도 했지만 자그마한 글자들 너머로 작업의 이면이 엿보기도 했다.
아래 보이는 어느 작가의 넋두리처럼.
화려하거나 큰돈을 들이진 않았지만,
작가의 정서와 더불어 환경미화원 아주머니의 노고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리고 사진 구석에 위치한 작품은 일명 '대야' 두 개를 맞대어 테이블로 형상화한 작품. 일상의 소소한 아이템을 예술로, 나아가 하이엔드 제품으로 승화시킨 점이 돋보였다.
전시 관람 중 사진 촬영은 자유로운데
그 이유가 공감과 공유에 있다는 점에서 이 전시의 목적을 다시 한번 짚어보기도 했으니,
무척 많은 걸 느끼고 깨달은 시간이기도.
작가의 정서와 더불어 환경미화원 아주머니의 노고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리고 사진 구석에 위치한 작품은 일명 '대야' 두 개를 맞대어 테이블로 형상화한 작품. 일상의 소소한 아이템을 예술로, 나아가 하이엔드 제품으로 승화시킨 점이 돋보였다.
전시 관람 중 사진 촬영은 자유로운데
그 이유가 공감과 공유에 있다는 점에서 이 전시의 목적을 다시 한번 짚어보기도 했으니,
무척 많은 걸 느끼고 깨달은 시간이기도.
시장 상인들의 노동을 지켜보며,
또 그들의 손과 땀의 역사를 바라보며 고급면사와 앙고라사를 이용해 수작업으로 정성들여 만들었다는 장갑. '노동찬미'라는 이름의 이 작품을 통해 우리 주변의 모든 것에 사랑을 느끼게 했다는 점 역시 따스하게 다가온다.
전시는 이처럼 발상의 전환에 그치지 않고, 관람자로 하여금
주변의 일상과 문화와 근대적 삶의 역사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그들의 손과 땀의 역사를 바라보며 고급면사와 앙고라사를 이용해 수작업으로 정성들여 만들었다는 장갑. '노동찬미'라는 이름의 이 작품을 통해 우리 주변의 모든 것에 사랑을 느끼게 했다는 점 역시 따스하게 다가온다.
전시는 이처럼 발상의 전환에 그치지 않고, 관람자로 하여금
주변의 일상과 문화와 근대적 삶의 역사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배달의 상징,
철가방이 책장과 서류함으로 변모하기도 하고
철가방이 책장과 서류함으로 변모하기도 하고
일회용 비닐봉투를 반영구적인 가방으로―,
고무장갑에서 영감을 받은 뜨개 장갑과
모던한 컵으로 되살아난 음료수병 및 재래시장의 천막천을 모티브로 한 찻잔 세트 등
일상적인 물품이 창작의 영감이 되는 등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일상적인 물품이 창작의 영감이 되는 등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신당지하상가의 자그마한 밥집의 장판바닥에서 예술가는
식당 주인과 하얼삔 교포 아주머니의 꿈을 발견하고, 이를 허리띠와 지갑으로 표현했다.
이같은 영감은 곧 앞서 말한 가방의 또다른 창작 원천이 된다.
식당 주인과 하얼삔 교포 아주머니의 꿈을 발견하고, 이를 허리띠와 지갑으로 표현했다.
이같은 영감은 곧 앞서 말한 가방의 또다른 창작 원천이 된다.
이제서야 밝히는(어쩌면 이미 짐작했을지도 모를),
가방의 놀라운 비밀.
이곳에 전시된 가방은 바로 비닐장판으로 만든 것이다.
가방의 놀라운 비밀.
이곳에 전시된 가방은 바로 비닐장판으로 만든 것이다.
해외 유명 가방의 형태를 실루엣의 모티브로 한 것은
아티스트가 의도한 바다.
재래시장의 손님맞이용 바닥장판재가 36년 동안 시장에서 기술을 숙련한 달인의 손으로 재탄생하는 것을 통해 현재 우리사회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작품 제작의 동기.
아티스트가 의도한 바다.
재래시장의 손님맞이용 바닥장판재가 36년 동안 시장에서 기술을 숙련한 달인의 손으로 재탄생하는 것을 통해 현재 우리사회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작품 제작의 동기.
그리고 가방 소재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것도
특히 이목을 끌었던 점 중 하나. 가방 스트랩의 안쪽 면에 적힌 문구는 심지어 위트를 주기도 하는데, 가방 소재의 범위를 한층 넓혔다는 사실이 마음에 와닿았다.
특히 이목을 끌었던 점 중 하나. 가방 스트랩의 안쪽 면에 적힌 문구는 심지어 위트를 주기도 하는데, 가방 소재의 범위를 한층 넓혔다는 사실이 마음에 와닿았다.
동대문 쇼핑 상가에 들렀다가
전시 포스터를 보고 큰 기대없이 들른 곳이었지만
이처럼 미처 상상조차 하지 못한 가방의 비밀에 나는 그만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단지 비닐장판으로 가방을 만들었다는 사실 외에도, 여느 잘나가는 브랜드의 가방과 비교해도 부족한 점 없는 완성도가 자아내는 가치의 재발견이 뇌리를 스쳤다.
흔한 로고도, 만든 이의 이름이나 학력 및 약력 소개(36년 경력 가방 달인이라는 점은 전시 관람 후 수소문 끝에 알게 된 사실이다)도 없이, 그렇다고 해서 지갑도 놀랄 값비싼 가죽으로 만든 것도 아니지만, 오직 인간의 기술력과 솜씨가 오롯이 빛났던 탓이다.
전시 포스터를 보고 큰 기대없이 들른 곳이었지만
이처럼 미처 상상조차 하지 못한 가방의 비밀에 나는 그만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단지 비닐장판으로 가방을 만들었다는 사실 외에도, 여느 잘나가는 브랜드의 가방과 비교해도 부족한 점 없는 완성도가 자아내는 가치의 재발견이 뇌리를 스쳤다.
흔한 로고도, 만든 이의 이름이나 학력 및 약력 소개(36년 경력 가방 달인이라는 점은 전시 관람 후 수소문 끝에 알게 된 사실이다)도 없이, 그렇다고 해서 지갑도 놀랄 값비싼 가죽으로 만든 것도 아니지만, 오직 인간의 기술력과 솜씨가 오롯이 빛났던 탓이다.
우리는 브랜드의 규모나 명성에 마음이 약해지고 쉬이 믿음을 준다.
그러나 가방은 솜씨와 기술력으로 겨뤄보자는 듯 의기양양했다.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작품은 아티스트의 세세한 이력을 소개하거나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이 작품들이 시장상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만들어진 삶의 결과물임을 그 제작 과정과 더불어 소박하게 드러낼 뿐이다.
관계의 회복, 사회적 온기, 정서적 유대감...
A4 복사용지 한 장을 가득 채운 깨알같은 글씨들 중에서 발견되는 이 표현들은―
그러나 가방은 솜씨와 기술력으로 겨뤄보자는 듯 의기양양했다.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작품은 아티스트의 세세한 이력을 소개하거나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이 작품들이 시장상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만들어진 삶의 결과물임을 그 제작 과정과 더불어 소박하게 드러낼 뿐이다.
관계의 회복, 사회적 온기, 정서적 유대감...
A4 복사용지 한 장을 가득 채운 깨알같은 글씨들 중에서 발견되는 이 표현들은―
작품을 마음의 눈으로 보길 권하는 것만 같았다.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래 추천 버튼도 꾸욱 눌러주시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