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뒷골목의 오후 햇살은"
텅 빈 다락방을 마주하듯 고요했다. 골목골목은 한산했고, 가끔 스쳐지나가는 연인들의 미소와 홀로 공원 의자에 앉아 음악을 듣는 청년들과 마주칠 뿐이었다. 길을 걷다가 잠깐 편의점에 들러 따뜻한 캔커피를 샀다. 두손으로 꽉 쥐었을 때 전해지는 온기는 두근거리는 내 마음을 진정시켜주었다. 전날 저녁, 친한 동생이 전화를 걸어왔었다. 시간이 괜찮다면 한번 들르라고. 그리고 그는 네 글자로 된 이름을 또박또박 말했다. 설마했다. 정말 그 사람이 온단 말이야? 라고 몇 번이나 반문했다.

뮤지컬 톱스타



중앙대 공연예술원 4층.

체크무늬 셔츠와 올이 두터운 카디건,
그리고 6~7년 정도 입었을 듯한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의 그가 나타났을 때 공기 가득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그는 환하게 미소 지으며 등장했고, 검정색 점퍼를 입고 있었다. 만약 그냥 길 가다 마주쳤더라면 분명 누군지 못 알아봤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정하게 빗어넘긴 머리카락 및
걷어올린 소맷자락은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멋처럼 느껴졌다.

세계적인 뮤지컬 톱스타를 만나다


여섯살 때부터 무대에 올랐고,
아홉살 때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그의 대표작은  1996년 초연한 이후 13년 동안 4천억원에 이르는 수입을 올린 브로드웨이의 신화이자 토니상과 퓰리처상 수상에 빛나는 뮤지컬 <렌트>와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뷰티풀 마인드>.
그리고 베스트셀러 <위드 아웃 유>.

그는 바로 배우 안소니 랩이다.


2009년 뮤지컬 <렌트> 오리지널 팀 내한공연 때 무대 위의 그를 본 적 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마주하기는 처음. 첫 느낌은 <렌트>에서 그가 열연한 마크 코헨과 다르지 않았고, 마흔살임에도 여전히 대학생처럼 풋풋했다.

얼마 전 내한한 그는 도착 다음날 곧장 EBS <스페이스 공감>에 출연했고,
지금은 베스트셀러 책이자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위드 아웃 유>를 삼성역 상상아트홀에서 공연 중에 있다.

그런 그가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선 처음으로 강연을 열었으며, 두 시간 남짓한 시간의 절반은 자신의 이야기를, 나머지 절반은 청중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주고받는 데 할애했고, 즉석에서 신청곡을 받아 뮤지컬 넘버 두 곡을 무반주로 부르기도 했다. 세계적인 뮤지컬 톱스타임에도 그는 소박했고, 또한 진솔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주저하지말고 질문하세요. 어떤 질문이든 상관없습니다."

청중의 대부분은 뮤지컬 및 연극 관련 전공 학생들과 배우들.
덕분에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오갔다.

'무대 위에서 100% 집중한 적 있느냐. 솔직하게 말해달라'는 질문에
그는 '잡생각이 스쳐지나가기도 하지만 떨쳐내려고 한다'고 답했으며, '공연 직전 역할에 몰입하는 특별한 노하우'를 묻는 질문에 '특별한 방법이 없다'고 하자, 그럼 '기계적으로 연기하는 것이냐'는 반문에 '보통은 공연에 오르기 전엔 침묵으로 마음을 다스린다'는 등 쉴 틈 없이 문답이 이어졌다.

그 중에서도 특히 마음에 든 질의응답은
'배우로 성공한 후 찾아오는 슬럼프 극복 방법'에 대한 그의 대답.

"뮤지컬 렌트 공연 이후 일이 없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일주일에 두세번 정도는 꼭 연습실에 들러 끈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기회가 언제 또 올지 모르니까 늘 준비해둬야 한다."

뮤지컬 <렌트>와 렌트룩


1996년 뮤지컬 <렌트> 초연 당시의 인기는 그야말로 광풍이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백화점, 뉴욕 블루밍데일즈는 '렌트 룩' 코너를 마련하여
뮤지컬에 등장하는 옷을 판매했고, 곧 유행처럼 렌트 패션이 번져나갔다. 복고적인 듯하면서도 보헤미안적인 체크무늬 바지와 컬러감이 있는 워커슈즈의 매칭이라든가, 일명 배꼽티와 미니스커트, 롱부츠의 매칭. 그리고 서부적인 느낌의 황갈색 패딩 조끼와 데님 셔츠의 조합 등 렌트 룩은 당대 뉴욕 스트리트 패션의 상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의상 담당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애써 갖춰 입으려고 하지 마라.
그냥 입고 싶은대로 주섬주섬 입는 게 렌트 룩이다.
주변의 조언보다 자신의 감성에 집중하라."

룩의 진정성


"나를 비롯, 뮤지컬 <렌트>도 마찬가지로 벼락스타가 아닙니다."

뮤지컬 렌트의 원작자인 조나단 라슨이 대학 졸업 후 뮤지컬 <렌트>를 쓰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12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무대에 올리고 싶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그는 식당 등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기나긴 시간을 <렌트> 제작에 쏟았다.

안소니 랩도 마찬가지. 어렸을 때부터 배우로 활약했지만 그가 세계적인 뮤지컬 톱스타로 거듭나는 데엔 10여 년이 걸렸다. 그리고 그 사이 시련도 있었다.

<렌트>의 원작자인 조나단 라슨은 자신의 뮤지컬이 본격적으로 무대에 오르기 전 갑작스레 사망했고, 이후 뮤지컬의 신화로 불리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보지 못했다. 안소니는 그 점을 무척 안타깝게 생각했다. 안소니 역시 개인적인 아픔을 겪었다. 뮤지컬이 성공 가도를 달리는 와중에 남몰래 암 투병 중이던 어머니가 생을 달리한 것.

베스트셀러 책이자 동명의 뮤지컬 작품으로 유명한 <위드 아웃 유>는 그같은 일련의 과정을 담고 있다. 이색적인 점은 배우 자신이 자신의 실제 과거 삶을 연기한다는 것. 그래서 더욱 그의 옷차림이 눈에 띄었다.


그는 평소에도 체크셔츠를
뮤지컬 <위드 아웃 유>에서도 입고 등장한다. 무대복이나 일상복의 구분이  모호한 셈이다. 뮤지컬 <헤드윅> 공연 당시엔 배역의 감성을 실제로 느껴보기 위해 일상 생활에서도 굽 높은 하이힐을 신고 다녔다고 한다.

"늘 진실된 마음으로 연기하기 위해 공연 중엔 평소에도 배역에 집중한다.
아이디어보다 감동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오디션이나 캐스팅 담당자라면 겉으로 드러나는 기술적 완벽함보다
그 사람의 잠재력과 마음을 볼 것이다."

그리고 지금, 자기 자신의 과거를 연기하는 그는 무대에서든 밖에서든 변함없는 모습으로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다. 자신을 위한 노래까지 작곡한 동료의 죽음과 어머니의 죽음. 이를 극복한 방법 또한 자기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슬퍼하는 건 그만큼 자신이 그 사람을 여전히 사랑한다는 증거라는 말과 함께.

그에게 있어 뮤지컬 무대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렌트>가, <위드 아웃 유>가 뮤지컬 팬들에게 감동을 준 이유는 진실에 집중한 덕분이다. 강연을 앞두고 청중에게 부탁한 '무엇이든지 주저하지 말고 질문하라'는 말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타인의 질문을 통해 더욱 자신의 진실에 다가서려는 노력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가 세계적인 뮤지컬 배우로 거듭난 데엔 바로 이처럼
무대 위에서든 밖에서든 진실된 마음으로 자신을 보고 읽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꾸밈없는 그의 체크셔츠가 세상 어떤 옷보다 아름다워보였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래 추천 버튼도 꾸욱 눌러주시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신고


  1. scvnote 2012.02.16 10:18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안녕하십니까~ 블로그 잘 보고 갑니다.
    님의 블로그를 보고 나니까 저도 만들고 싶어졌네요
    네이버 블로그를 할까 티스토리 블로그를 할까 많은 고민중인데
    티스토리는 초대장이 없네요 한장만 부탁드릴게요
    저는 여행사 직원이구요~
    그러다 보니까 자주 이런 사이트를 찾습니다. 앞으로 방문도 자주 할테니 부탁드려요~
    후회안하실거에요 scvnote@hanmail.net 으로 부탁드릴게요 좋은하루되셔요~
    또뵈요

  2. scvnote 2012.02.16 10:20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안녕하십니까~ 블로그 잘 보고 갑니다.
    님의 블로그를 보고 나니까 저도 만들고 싶어졌네요
    네이버 블로그를 할까 티스토리 블로그를 할까 많은 고민중인데
    티스토리는 초대장이 없네요 한장만 부탁드릴게요
    저는 여행사 직원이구요~
    그러다 보니까 자주 이런 사이트를 찾습니다. 앞으로 방문도 자주 할테니 부탁드려요~
    후회안하실거에요 scvnote@hanmail.net 으로 부탁드릴게요 좋은하루되셔요~
    또뵈요

  3. scvnote 2012.02.16 10:20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안녕하십니까~ 블로그 잘 보고 갑니다.
    님의 블로그를 보고 나니까 저도 만들고 싶어졌네요
    네이버 블로그를 할까 티스토리 블로그를 할까 많은 고민중인데
    티스토리는 초대장이 없네요 한장만 부탁드릴게요
    저는 여행사 직원이구요~
    그러다 보니까 자주 이런 사이트를 찾습니다. 앞으로 방문도 자주 할테니 부탁드려요~
    후회안하실거에요 scvnote@hanmail.net 으로 부탁드릴게요 좋은하루되셔요~
    또뵈요

  4. 굴뚝 토끼 2012.02.16 10:33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위에 분 엄청 티스토리 초대장 절실한가봐요.ㅎㅎㅎ

    저도 체크무늬 셔츠 좋아하하는데,
    아무리 입어봐야 안소니 랩같은 자연스러운 멋하고는 거리가....-_-

  5. 2012.02.16 10:35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비밀댓글입니다

  6. 핑구야 날자 2012.02.16 12:23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내공이 패션의 수수함을 커버하겠죠...

  7. 마속 2012.02.16 16:39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오오~ 멋지군요.
    잘 보고 갑니다. :)
    저도 이렇게 입고 다녀야겠어요. ㅋㅋ

  8. 오를르 2012.02.22 10:15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정말 멋진 분이셨습니다. ^^


글 구독하기-아래 버튼만 누르면 된답니다.

+RSS FEED 다른 글 읽어보기
 
블코 추천버튼한RSS 추가버튼구글리더기 추가버튼
※패션쇼 5시간전,백스테이지엔 무슨 일이?
※패션쇼에서 만난 스타들
※페트병과 폐그물이 유니폼으로 변신?
※낡은 청바지의 적나라한 변신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