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경쟁 관계인 13명이"
한 팀이 되어야 했던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4' 4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방향을 잃고 헤매는 돛단배처럼 느껴졌다. 물론 개인 스케치와 원단 구입까지 마친 상태에서 급작스럽게 등장한 신민아의 반전 미션은 혼란을 주기에 충분했다. 애초 개인 대결이었던 미션에서 갑자기 전체가 한 팀이 되어 하나의 컬렉션을 만드는 미션으로 변경되었으니 도전자들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한 팀이지만 종국엔 우승자와 탈락자, 통과자로 나뉜다는 것도 운명의 장난처럼 다가왔다. 그야말로 치열한 생존 게임이었던 셈이다.

프런코4 - 4화, 레이디 가가의 그녀



이번 '프런코4' 4화의 미션은 다음과 같다.

자수정에서 영감을 받은 뷰티 브랜드 H의 2012년 봄 메이크업룩과 어울리는
봄/여름 시즌 트렌드 의상을 제작하는 것.


도전자들은 우선 자수정을 세심히 관찰했다.

살구색에서부터 짙은 보라색에 이르기까지 색의 변주가 다채로우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자수정 원석은 겉보기엔 투박하지만 은은한 빛을 머금고 있다. 그리고 그 빛을 깨우는 것이 미션의 승패를 좌우하는 열쇠. 하지만 또다른 난관이 도전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가 한 팀이 되어 조화로운 컬렉션 의상을 제작하라'는 신민아의 반전 미션이 바로 그것. 뷰티 브랜드의 부티크에서 각자 영감을 받고, 또 나름대로 스케치와 구상을 마무리한 도전자들이었기에 서로의 영감과 디자인을 다시 조율해야 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각자 구입한 원단 샘플을 놓고 조각 맞추기 하듯 머리를 맞대는 와중엔
으레 의견 충돌이 오갔고, 감정적 다툼은 마감 시간 즈음까지 이어졌다. 급기야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앞둔 그 시점에서조차 다툼은 멈추지 않았으며, 과연 하나의 팀이 맞나 싶을 만큼 대립각을 세우는 도전자들의 모습은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도 결코 유쾌하진 않았다.


1인당 5만원에 불과한 원단 구입 비용과 하루 반나절 남짓한 의상 제작 시간.

상황이 촉박하다보니 도전자들은 초조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와중에 우승자로 결정된 사람은 세계적인 슈퍼스타 레이디 가가의 의상을 디자인했던, 디자이너 조아라.


그녀의 의상은 마치 원석을 깎아 보석으로 다듬어낸 것처럼 훌륭했다. 제한된 상황임에도 '옷을 굉장히 잘 만든다'는 심사위원들의 평가에서 엿볼 수 있듯, 기술적인 실력 또한 한눈에 드러날 정도로 뛰어났다. 방송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 이렇듯 의상을 두눈과 손으로 느꼈을 땐 더더욱 과연 '레이디 가가의 그녀'라는 수식어가 허언이 아니구나 싶었다.

보라빛 시퀸 원단과 검정색과 살구색 망사 원단을 이용해
입체재단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절제미를 가미한 점도 돋보였다. 이를테면 다소 과감한, 언뜻 조끼처럼 느껴지는 상체의 시퀸 원단을 검정색 메시, 즉 망사천으로 슬쩍 감싸안아 그 빛을 억누른다든가 혹은 살구색 망사천 위로 검정색 망사천을 넘실거리는 파도처럼 드리워 인체의 곡선미를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한 점이 눈에 띄었다.


과감한 의상을 좋아하는 디자이너 자신의 개성 또한 녹여내면서도,
그 개성을 실력으로 승화시킨 점 역시 우승의 단초가 되지 않았을까. 원단을 재단하는 솜씨는 흠잡을 곳 없을 만큼 곡선을 타고 흘렀으며, 퍼즐 맞추듯 각각의 원단을 예리하게 이어붙이는 등 정작 과감했던 것은 이처럼 옷감을 마름하는 디자이너의 자신감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주목했던 점은 허리선.
살구색 망사천 위로 검정색 망사천을 드리우면서도, 옆구리선에 와서는 검정색 망사천을 '굴곡있으면서도 날카롭게 잘라내어' 허리선을 날씬하게 표현한 점이 감탄을 자아냈다. 철저하게 계산한 듯한 입체적인 실루엣은 비록 봄/여름이라는 계절감을 살리지 못한 단점과 아울러 다소 올드해 보인다는 지적을 뛰어넘기에도 충분했다.


앞에서 뒤로 유연하게 흐르는 곡선미는 다리를 길어보이게 하면서도
또한 탁월한 균형감 덕에 아름다워보인다. 시퀸의 반짝임 강약을 망사천으로 조절하여 컬렉션의 테마인 '부드러움과 강함의 조화'를 잘 표현한 것도 장점.

이처럼 디자이너 조아라의 의상은 짧은 시간과 한정된 비용, 제한된 장소에서 만든 옷이라고 하기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전반적으로 실력 차이가 극명했던 이번 미션에서 그녀의 옷은 런웨이로 걸어나오는 순간 우승을 점쳤을 정도다.


이번 미션 우승을 통해 용기를 얻은 그녀는 더욱 과감하게 의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는데, TOP3의 윤곽이 점쳐지는 가운데 앞으로 어떤 옷을 선보일지 기대된다.

다만 드라마적 요소를 지나치게 강조하며 도전자들의 갈등에 초점을 맞춘 영상 편집은 균형이 필요해 보였다. 디자이너들이 옷을 만드는 과정이 지나치게 생략된 점은 그런 점에서 다소 아쉬웠다. 그렇다고 해서 방송이 '다큐'로 흘러선 안 되겠지만,
   외적 갈등과 내적 갈등의 조화에 신경쓸 시점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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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딸라 2012.02.20 10:18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저같은 문외한이 봐도 보통 솜씨가 아니다 - 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 가지로 계산을 많이 한 디자인이네요.
    가슴의 광택나는 천도 볼륨을 살려주는 것 같아요.

  2. 또웃음 2012.02.20 10:51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레이디가가의 그녀라고 불릴만 합니다.
    조아라! 자랑스러운데요. ^^

  3. 핑구야 날자 2012.02.20 12:17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조금은 어렵네요, 과감하다는 표현이 잘 와닿지 않아요..ㅜㅜ

    • 하얀 비 2012.02.20 21:28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곡선을 주의깊게 살펴보시면, 그 곡선미의 균형감을 통해 실력을 엿볼 수 있답니다. 옷감을 여러 판으로 잘라내어 이를 조합해서 하나의 옷으로 만든 점에서 가위질의 과감함을 읽을 수 있었고요..사실 그걸 얘기하고자 했답니다. 물론 '사람'이 입으면 상의 시스루 천이 살구색이라 착시 효과 덕에 더욱 과감해 보일 테고요..누가 입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4. Yujin Hwang 2012.02.20 13:26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자수정의 이미지로 디자인하다...
    예술이람 말이 저절로 나오고 일단 제 스타일..
    저 드레스 정말 구하고 싶은데요...? 너무 맘에 들어요^^

    • 하얀 비 2012.02.20 21:31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5만원이라는 원단 구입 비용(물론 전체가 팀이 되어 원단을 공유했지만)으로 정말 고급스러운 드레스를 만든 듯 했어요. 특히 이브닝 파티..그 중에서도 봄날이나 초여름 저녁 파티에 입으면 딱 좋을 듯한 드레스인 듯..

  5. 저녁노을 2012.02.20 16:38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ㅎㅎ예술이네요.

    잘 보고가요

  6. Zoom-in 2012.02.20 19:18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조아라라는 디자이너 이름은 처음 들었지만 느낌이 고급스럽네요.
    원래 이 쪽과는 친하지 않아서요 ㅎㅎ

    • 하얀 비 2012.02.20 21:32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은근히 재미있답니다.^^. 조아라, 라는 디자이너는 레이디 가가 의상 디자이너였다고 하는데요, 앞으로 기대가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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