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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뱃살은"
더이상 고민 축에 들지도 않는다.
설령 앞으로 뱃살이 더 늘더라도, 그리고 혹여 눈가에 주름살이 더 짙어지더라도 자신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또 누군가 이를 지적하고 유희의 하나로 삼을지언정 분명 '나이 들면 다 그래'라며 웃어넘기지 않을까. 아니, 더 나아가 (그럴 일이 없어 보이지만) 지금보다 몸무게가 두 배로 늘어난다한들 특유의 호탕함과 자신감은 여전할지도 모른다. 확실히 그녀는 예전의 톱스타 이효리와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겉모습이 아니라 생각하는 기준이.

이효리의 남모를 고민 - 포기하고 얻은 것



'이효리'라는 이름 석 자가 지닌 상징성은 유효하다.
<텐미닛>과 <겟차>, <톡톡톡> 및 <유고걸> 등 솔로 활동 10여 년을 거치며 구축한 건강한 자기 표현 방식과 덤프트럭 못지 않은 강인한 카리스마는 이효리가 2000년대를 자신의 시대로 만든 견인차였다. 그리고 그 가운데엔 음악과 함께 어김없이 '패션'이 위치한다.

그녀의 컴백 소식이 들릴 때마다 대중은 신곡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과연 이번엔 무슨 옷을 입을지, 그리고 어떤 메이크업과 머리모양으로 신선한 자극을 줄지 관심이 집중되곤 했고, 톱스타 이효리는 그같은 대중의 갈증을 늘 충족시켜주며 일명 '효리시'라는 자신만의 트렌디한 스타일과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이번 방송 컴백을 앞두고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여러 해 동안 파격적인 드레스로 MBC <대학가요제>를 진행한 경력까지 더해지며 기대감이 상승했던 것도 사실이다. 오죽하면 SBS 일요 음악 방송 <유앤아이> 첫방송부터 뱃살 논란에 시달렸을까. 이에 대해, '지적할 건 내 뱃살밖에 없는 것이니 칭찬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이효리의 반응 역시 응당 '효리시'의 연장선에 놓인다.


패션과 거의 동의어로 쓰이는, 한편으론 시대의 스타일을 견인하는 아이콘이기도 한 이효리. 그런 그녀에게도 남모를 고민이 하나 있다. 예전같으면 입고 싶은 옷이라면 정식 출시되기도 전에 입고 나왔을 그녀이지만, 이젠 하다못해 재킷 하나 걸치더라도 신중해진다. 브랜드는 전혀 고려 사항이 되지 못할 것이다. 정작 그녀가 눈여겨보는 것은 옷의 소재다.

잡지 <오! 보이> 겨울 화보 촬영장에서 있었던 유명한 일화 하나를 엿보자.

겨울 화보이다보니 촬영할 옷은 물론이고 신발 등등 과하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 '퍼 트리밍(모피로 포인트를 주는)'이 가미된 패션 아이템이 있었으며 대부분은 광고주의 입김에 못이겨 어쩔 수 없이 촬영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이효리는 일언지하에 '퍼 트리밍 아이템'은 입을 수 없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보다 더 눈길을 끈 점은 '이제 그 의류 브랜드에서 나랑 계약할지 안 할지 모르지만, 대의를 위해서 포기하는 것'이라는 이효리의 반응.

통쾌했다. 모피 옷을 입고는 촬영할 수 없다던 자세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 돈 되는 일을 포기하는, 그 쉽지 않은 결정과 판단력이―. 사실 눈 딱 감고 양보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전체가 모피로 뒤덮여 있는 것도 아니고 일부분 작게나마 모피가 장식된 옷이라면 깜짝 눈속임을 할 수도 있다. 문제가 된다면 '몰랐다'고 항변하면 된다. 하지만 그 조차 양보하지 않는 그 삶의 태도가 무척 통쾌하게 다가왔다.


우리는 일명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돈 앞에서 자신의 신념과 대의를 저버리는 일을 수없이 목격해왔다. 그로 인한 사회적 상처는 셀 수 없이 많고, 지금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그 때문에 사회적 불신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톱스타 이효리의 꾸준한 신념과 삶을 대하는 뚜렷한 방식은 한줄기 희망으로 다가온다.

모피 옷을 입느냐 입지 않느냐만의 문제가 아니다.
힘을 지닌 자가 그 사회적 영향력을 어떻게 행사하며 유지할 것인가의 차원에서 이효리는 또 한 명의 롤모델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고민이 없진 않다. 무대 위에 올라야 할 그녀로선 앞으로가 더 큰 난관이다. 모피는 절대 입지 않겠다고 했지만, 주로 강한 리듬을 추구해오던 여가수로서 가죽마저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익히 알다시피 값비싼 가죽으로 만든 옷을 비롯, 고급 송치를 소재로 한 가방과 구두 등은 그 제작 과정이 때론 잔인하다. 심지어 어미와 눈도 마주치기 전에 어미의 배를 갈라 뱃속에 든 송아지를 꺼내 가죽을 벗긴다. 보통 그런 제품은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에 팔린다. 품질은 사람의 눈은 물론 손길마저 유혹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이 그 제작과정의 잔인함을 가려버린 셈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그녀는 앞으로 '가죽 제품'도 구입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잡지 <오! 보이>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소비를 더이상 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신념을 지키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대체 무대 위에선 뭘 입어야 할까.

이미 구입한 구두나 가방을 활용할 수도 있고, 친환경 소재의 제품으로 눈을 돌리면 되겠지만 패션 아이템으로서 특히나 광범위한 가죽 제품을 포기하게 되면 '무대 위에서의 의상 표현'에 제한이 걸릴 수밖에 없다. 패셔니스타로서, 아이콘 효리시로서 그간 쌓아올린 명성을 일부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다못해 구두 한 짝 신을 때도 그녀는 아마 스타일보다는 소재를 눈여겨보면서 신중하게 고를 것이다.

"분명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포기할 만큼의 가치가 있으므로 용기를 낸다. 물질에 대한 집착도 많이 줄었다. 나도 내가 이렇게 변할 줄 몰랐는데, 하나가 바뀌니까 (삶의 여러 부분이) 다 바뀌더라."
-잡지 <오! 보이> 2주년 기념호 인터뷰 중에서 부분 인용-

그녀에게 있어 이제 선택의 기준은 명확해진 것이 아닐까.

마냥 화려해 보이고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겉모습이 아니라, 의식적 소비를 실천으로 옮기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절제하며 또한 용기를 내는 톱스타로.


그로 인해 매번 무대에 오르기 전 거울 앞에서
자신이 입고 있는 옷과 들고 있는 가방과 신고 있는 구두를 보며 남몰래 고심하고, 또 내일은 뭘 입을지, 모레는 뭘 신을지 심사숙고하는 나날을 보내야겠지만, 그 결과는 이효리 자신에게는 물론 그녀를 좋아하는 팬들과 일반 대중들에게도 불신으로 가득한 이 사회에서 한줄기 행복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동물보호나 지구환경보호의 차원만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한 사람의 남모를 고민과 삶에 대한 노력 그 자체로서!


그리고 또 어쩌면 이제부터야말로―
   효리시의 진정한 멋을 만날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설레임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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