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해품달의 김유정이 아니더라도"
지춘희의 미스지 컬렉션은 심장박동을 촉진시키는 매력이 있다. 마치 장소를 미리 정하지 않고 훌쩍 여행을 떠나는 것만 같은 심상이랄까. 그녀의 쇼는 일종의 여정이 갖는 설레임과 비슷한 감흥을 준다. 그래서 수학여행을 앞두고 잠을 설치는 사춘기 아이마냥 며칠 전부터 괜히 들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늘 그래왔듯 이번에도 아름다운 선물을 준비했다. 꽃봉오리를 닮은 유연한 곡선, 해바라기꽃을 연상케 하는 단추, 건강한 나뭇잎 색깔의 코트 등 자연을 마음에 담은 여인의 산책이 그것이다.

자연을 마음에 품은 여인의 산책 - 2012 F/W 지춘희 패션쇼


2012-2013 Seoul Fashion Week 셋째날.
이상봉 컬렉션의 돌담을 거닐던 손님들은 저녁 무렵, 지춘희의 정원으로 초대를 받았다. 이상봉 컬렉션이 돌담에 흩어지는 햇살같은 분위기였다면, 지춘희의 미스지 컬렉션(Miss Gee Colletion)은 정원에 내려앉은 현악기의 선율이 마음을 고즈넉하게 이끌었는데―


별빛이 드리운 쇼장 길목과 모델의 동선에 따라 보름달처럼 움직이는 서치라이트가 인상적이었던  2012 F/W 미스지 컬렉션의 테마는 다름 아닌 '브리티시 가든'. 그러고보니 다가올 런던 올림픽과도 오버랩되며 빛의 떨림이 안개처럼 오감을 훑고 지나가기도 했다.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와 함께 시작한 디자이너 지춘희의 미스지 컬렉션. 흡사 꽃잎처럼 어깨를 감싸는 코트의 옷깃에 우선 눈길이 머물렀다. 코트를 여며 입으면 바이올린의 미세한 선율처럼 옷감이 몸을 타고 흐르면서 은은하게 라인이 잡힐 것만 같았는데, 어깨가 좁은 사람이든 넓은 사람이든 몸선을 우아하게 가꿔주는 그 흐름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옷선'이다.


오프닝 무대는 지춘희의 새로운 뮤즈, 김유정이 맡았다.
쇼의 시작을 알리는 타종처럼 김유정의 등장과 함께 객석에선 탄성이 터져나오기도. 정원의 감성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듯한 김유정의 소녀같은 워킹과 표정은 한혜진, 이혜정, 혜박 등 월드 톱모델과 대조를 이루며 패션쇼에 다양한 정서를 불어넣었다.


이를테면 톱모델 혜박과 한혜진, 이혜정의 산책이 삶의 무게를 덜어내려는 듯했다면, 김유정의 산책은 달빛 속에서도 진취적이었다. 볼드한 단추와 대조를 이루는 앙증맞은 물방울무늬나, 넓은 체크 무늬와 달리 자그마한 나무 단추처럼.


'G선상의 아리아'와 함께 달빛의 고요함을 담아낸 룩이 쇼의 시작을 알렸다면, 중반부로 흐를수록 컬렉션은 정원의 다채로운 향기와 빛깔·감성을 수집해 선보였다. 장식성을 최소화하되 선과 면의 조화를 통해 영국식 전통 정원의 도형적 미학을 담아내는가 하면,


승마와 영국 신사, 체크무늬 등에서 영감을 받은 매니시한 느낌의 여성복도 디자이너 지춘희의 정원을 수놓았다. 그러면서도 무릎까지 올라오는 부츠, 와이드한 크롭트 팬츠, 단화 등의 요소는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는 미덕을 발휘하며 한껏 여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해바라기꽃을 떠올리게 하는 단추는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었는데, '브리티시'와 '가든'의 요소를 한데 어우러지게 한 점이 인상적이다. 디테일 하나하나에 스며든 지춘희만의 섬세한 손길을 엿볼 수 있다.


패션쇼가 후반으로 흐를 즈음 등장한 화사한 색감의 옷. 예상하지 못한 화려한 패턴과 강렬한 컬러는 꽤나 역동적이었다. F/W 시즌에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비비드 컬러, 그리고 텍스쳐에서 느껴지는 자연의 감각은 마치 고즈넉하던 전반부와 또다른 대조를 이루며 컬렉션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이른바 '정원의 치유'랄까. 산책의 여정은 자연을 마음에 품으며 마무리되고, 이윽고 이브닝드레스와 함께 또다른 여행의 시작을 알리듯 컬렉션은 막을 내렸다.


마치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나아가는 듯한 에필로그.
움직일 때마다 찰각찰각거리는 스팽글 소리는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켜준 요소였는데, 소리를 담아내지 못한 점은 아쉽기만 하다.


옷으로 한편의 드라마와 여행, 마음을 담아낸 디자이너 지춘희.
이처럼 그녀의 역량을 새삼 느꼈던 2012-13 F/W Miss Gee Collection이었기에―
   벌써부터 그녀의 다음 여정이 기다려진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래 추천 버튼도 꾸욱 눌러주시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신고


  1. 핑구야 날자 2012.04.06 17:35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다양한 패션이 선보여 즐거우셨겠어요. 어디론가 떠나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네요

  2. de Chaconne 2012.04.08 10:08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첫번째사진의 남색 코트 너무 예쁘네요 ^^


글 구독하기-아래 버튼만 누르면 된답니다.

+RSS FEED 다른 글 읽어보기
 
블코 추천버튼한RSS 추가버튼구글리더기 추가버튼
※패션쇼 5시간전,백스테이지엔 무슨 일이?
※패션쇼에서 만난 스타들
※페트병과 폐그물이 유니폼으로 변신?
※낡은 청바지의 적나라한 변신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