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과 이념, 경제 대공황, 대규모 실업..."
전쟁과 빈곤에 대한 공포, 피아(彼我)를 구분하려는 공동체 등 1930년대는 사회 전반적으로 혼란의 시대였다. 격변. 이 두 글자는 이 시대를 잘 표현하는 낱말이다. 이같은 혼란 속에서 사람들은 낙원을 꿈꿨고, 초현실주의를 통해 삶을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이같은 사회문화적 분위기는 당시 패션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당대의 패션 디자이너 스키아파렐리는 넓고 각진 어깨로 초현실적인 여성미를 표현하거나, 이브닝드레스에 재킷을 걸치도록 하는 등 관념에서 벗어난 룩으로 정신적 자유를 추구했다.

쿠만 오은환 BY 유혜진 - 2012 F/W SEOUL FASHION WEEK



2012 F/W Seoul Fashion Week의 첫번째 여성복 디자이너로 작품을 발표한, '쿠만 오은환'의 디자이너 유혜진(Kumann OH EUN HWAN by Hyejin Yoo)은 2012 F/W Collection에서 바로 그같은 1930년대의 모드를 런웨이에 올렸다.


컬렉션의 오프닝으로 등장한 룩은 1930년대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중 한 명인 스키아파렐리를 연상케 한다. 몸선을 타고 자연스럽게 흐르는 이브닝드레스의 옷 주름과 견고한 허리선, 그리고 그 위로 길게 떨어지는 재킷을 걸치는 것.

디자이너 유혜진은 여기에 독창적인 선으로 재킷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었다. 자연스러운 드레스 자락과 대조되는, 딱딱하면서도 인위적인 재단과 과장된 러플 주름으로 완성한 재킷은 심지어 웅장한 신전같은 느낌을 준다.


1930년대 여성복의 특징은 과장된 어깨선과 허리선의 강조에 있다. '쿠만 오은환'의 디자이너 유혜진은 빨강머리 앤을 떠올리게 하는 퍼프 소매와 플레어 스타일을 모직 코트에 응용해 30년대 스타일을 현대 여성의 라이프스타일로 해석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슴선을 강조한 글래머러스한 자줏빛 코트는 일상에서도 드레시한 룩을 즐기도록 한 실용성이 무엇보다 눈에 띄었다. 복고적인 실루엣과 쉐이프 위로 균형을 잡기 위해 사용한 에나멜 레더 벨트는 미래지향적이기까지 하다.


이쯤되면 2012 F/W Kumann OH EUN HWAN by Heyjin Yoo(쿠만 오은환 바이 유혜진)의 테마는 명확해진다. 『An Hommage to the 1930's』글로시한 아이보리 컬러의 초대장에 적힌 글자들을 찬찬히 읽으며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배우 마를렌 디트리히, 조안 크로포드, 진 할로우, 베티 데이비스, 그레타 가르보와 마돈나의 '보그' 뮤직비디오가 스쳐지나갔다.


그녀들은 30년대 스타일 아이콘이고, 마돈나는 '보그' 뮤직비디오를 통해 그녀들을 오마주했다. 그리고 21세기의 한국 디자이너 유혜진은 80여 년 전 스타일을 되살리면서도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재창조의 발판으로 삼았다.


20년대적 아르데코와 가르손느 분위기 및 40년대의 밀리터리 스타일, 그리고 30년대의 풍성한 실루엣이 한데 어우러진 각진 재킷은 특히 백미였다. 선과 면의 역동적인 리듬은 흡사 테크놀로지 무드마저 물씬 풍긴다. 이를테면 로봇이랄까. 길고 날씬한 '롱 앤 린 실루엣'의 미래적인 해석이 엿보이는 지점이다.


풍성하게 가죽을 접은 장식적 느낌의 재킷 라펠, 남성복 밀리터리 재킷에 에나멜 레더를 활용하여 접목한 절제된 퍼프 소매 역시 1930년대를 오마주하며 선보인 레트로 룩의 지향점을 알려주는 적절한 예가 된다.


러플과 카울 네크, 버서 칼라 등 30년대적 향기를 적용한 코트 퍼레이드는 마치 이브닝드레스를 외투로 입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인데, 상명대 조형미술대 서양화과 교수로도 재직 중인 디자이너 특유의 미적 감각 또한 옷 너머로 묻어난다.


그러면서도 패션과 미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조형적 패션이 탄생했는데 이같은 경향은 컬렉션이 후반에 이를수록 절정에 달한다.


객석에서 그야말로 탄성이 터져나왔던 공예 패션.
바구니 짜임 등 펠트 공예로 직조한 스커트, 코트 등은 테크닉도 놀랍지만 창의성과 더불어 실용성까지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킨다.


컬렉션의 대미를 장식한 작품은 30년대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스키아파렐리에 대한 오마주 및 혁신성까지 묻어나오는 '투피스 이브닝드레스 재킷 룩'이다. 장식미술 경향과 초현실주의 패션 모드, 나아가 높은 예술성과 견고한 수작업 등 역사와 문화를 관통하면서도 웨어러블하다는 점에서 이상봉, 진태옥 등 패션계 거물급 디자이너들도 박수를 아끼지 않았는데―

  디자이너 유혜진의 다음 행보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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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핑구야 날자 2012.04.07 12:39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전체적으로 봄륨을 크게 하는 스타일이 주류네요...

  2. 삉꾸 2012.04.08 18:50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감사합니다 너무 잘 보고가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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