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피스"
2012-2013 F/W 서울패션위크에서 새로운 작품을 발표한 디자이너 이상봉은 우리 삶의 지렛대에 주목했다. 삶의 공간과 마음의 중심. 이를 패션으로 표현한 거장 디자이너가 무대 위에 선보인 작품들은 가슴으로 와닿았고 작품 하나하나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냈다. 뛰어난 완성도 못지 않게 마음을 뜨겁게 하는 에너지로 가득했던 '마스터피스'엔 디자이너의 고집과 집념과 열정도 아울러 묻어났다. 거대한 틀에 맹목적으로 갇히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그에겐 진정 아티스트라는 칭호가 어울린다.

Lie sang bong - 2012 F/W SEOUL FASHION WEEK



디자이너 이상봉(Lie sang bong Collection)에게 우리는 많은 빚을 지고 있다. 또한 여전히 그에게 기댄다. 식상할 수도 있지만 요원한 '한국적 향기와 문화가 스며든 패션'에 대한 주문과 소망. 한글 패션에 이어 전통복식에 대한 재해석, 한국 산하의 아름다움을 수묵화 형식으로 표현한 작품과 한옥 단청 패션 등등 지난 수십 년 동안 걸어온 그의 발걸음은 이제 후배들에겐 지름길이 되고 있다.


지난 주 2012 F/W 서울패션위크(2012-2013 F/W Seoul Fashion Week) 셋째날 아침. 나는 급기야 택시에 몸을 맡겼다. 서울패션위크가 열리는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까지 내달리며 지불한 요금은 대략 2만원. 오전 열 시에 열리는 디자이너 이상봉의 새로운 컬렉션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탓에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만큼 그는 '이.상.봉'이라는 세 글자만으로도 든든한 신뢰를 준다.


요즘 이상봉 디자이너는 우리 전통 건축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

지난 시즌 '단청'에 이어 이번에 그가 주목한 것은 '돌담(Concept : Stonewalls)'이다. 모델 너머로 보이는 무대 위 사각형 박스는 돌을 형상화한 것이고, 그 돌을 층층이 쌓아올려 흡사 '도시의 빌딩'같은 느낌을 주도록 했다. 모델들은 그 사이를 빠져나와 캣워크를 걸었고, 조약돌과 돌담을 모티브로 한 의상들이 런웨이를 채웠다.


도시와 빌딩, 돌담과 조약돌과 돌. 그리고 현재와 과거. 또 앞으로의 미래. '돌'을 통해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곧 우리 삶의 공간이 지니는 의미와 역사다. 그래서 발표한 작품들은 아키텍쳐와 패션의 조우로 다가온다. 기계적인 펀칭과 커팅, 몰딩 기법이 응용되었고, 재단은 수학적으로 정교하게 계산되었다. 때문에 의상은 도형적 느낌이 강하다.


빈티지하게 풀어낸 돌담 형상의 올 가닥이 눈에 띄는 조약돌색 울 코트는 드레스의 메탈릭한 스팽글과 대조를 이루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듯한 인상을 주고 시스루 천 위에 삼색으로 장식한 돌담무늬 역시 흡사 페인트로 칠한 느낌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와 소통하는 통로.'

돌담을 모티브로 한 이유에 대한 디자이너 이상봉의 설명. 건축물에서 '돌'이 지니는 원초적 가치를 통해 그는 인간의 삶과 공간의 의미에 대해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우리 삶의 발자취가 지니는 가치만큼, 우리가 숨쉬는 공간이 걸어온 길도 소중하다. 하나하나의 돌이 모여 빌딩이 되고 거대한 도시가 되듯, 그 모든 것이 모여 역사가 된다.


그가 2012 F/W 시즌, 돌담에 주목한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하찮게 여길 수도 있는 '돌'을 통해 한 사람, 한 사람, 그리고 전체를 이루는 요소 요소의 가치. 큰 흐름 속에서 자칫 놓쳐버릴 수 있는 '작은 아름다움'에 대한 소중함을 그는 이렇게 패션으로 되살렸다. 회색 코트 뒤에 은은하게 페인팅된 스커트의 돌담무늬처럼.


2012-2013 F/W Seoul Fashion Week 기간 동안 거의 매일 행사장을 찾아 동료 및 후배 디자이너들의 쇼와 작품을 직접 관람했던 디자이너 이상봉. 행사장 곳곳에서 관람객들과 함께 사진촬영을 하고 사인해주던 그의 모습을 통해 나는 패션에 대한 그의 열정과 사랑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어디 그뿐일까.


무슨 일이든 꾸준히, 지속적으로 진행한다는 것은 그만큼 진정성이 있다는 뜻이다. 한글 패션을 선보였을 초기에 한글 팔아 돈 번다고 할까봐 당시 무대에 올렸던 한글 드레스는 작품으로만 선보이고 판매를 진행하지 않았던 사람이 디자이너 이상봉이다. 그저 그는 우리 문화유산이 지니는 가능성의 토양를 다졌고, 그 열매는 대중과 공유했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 삶의 숨은 가치를 찾아 토대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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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상의 디자인 2012.04.09 09:33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와~ 멋져요^^ 작품들을보니 서울패션위크의 감동이 느껴지네요~!

  2. 핑구야 날자 2012.04.09 12:08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얼굴을 검게 칠해서 팬션에 더 집중할 수 있군요

  3. 지이크파렌하이트 2012.04.09 18:32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이상봉 디자이너 저도 정말 좋아합니다! :)
    그가 전에 선보였던 한글패션은 정말 감동적이었죠.
    이번에도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패션에 반영했군요.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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