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서울패션위크에서"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디자이너 중 한 명이 곽현주다. 오랜 세월 삶을 공유하고 있는 고양이 '나디아'의 짝사랑을 표현한 2012 S/S 컬렉션에서 양귀비꽃을 드레스의 무늬로 장식한 그녀의 창의성에 감탄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꽃을 좋아하는 고양이의 눈빛을 아름답게 읽어내는 디자이너의 애틋한 마음 못지 않게, 매 시즌 놀랄 만큼 발전하는 디자이너의 자세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왕자를 유혹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독사과를 베어 무는 백설공주, 내면의 원시성을 추적한 아마존의 겨울―.

그리고 화려한 무대 뒤에 가려진 서커스 단원의 자존감 등 지난 몇 시즌 동안 스토리에 녹여낸 그 과정은 이를 오롯이 증명하고 있다.

부나비 - 2012-13 F/W 서울패션위크 곽현주 쇼



지난 4월 5일 목요일, 오전부터 나는 달달한 인스턴트 커피로 남몰래 초조함을 달래야 했다. 이미 몇몇 디자이너의 쇼는 포기한 상황이었다. 아무리 시간 쪼개기를 해도 도무지 참석할 여유가 나지 않았던 탓이다. 자칫 일이 틀어지면 오후 네 시에 있을 곽현주 디자이너의 쇼마저 놓칠 상황이었다. 부랴부랴 일을 마무리하고 택시에 몸을 실어 도착하니 대략 쇼 시작 10분 전. 하루 종일 촉수를 곤두세웠던 탓인지 일출하는 빛처럼 안도감이 몰려들었다.


좌우지간 개인적으론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참석한 디자이너 곽현주(Kwak Hyun Joo Collection)의 2012 F/W 컬렉션. 보통 런웨이와 백스테이지를 구분하는 벽면은 쇼의 테마를 한눈에 읽을 수 있도록 비쥬얼 아트가 선보이기 마련인데, 곽현주 디자이너의 쇼장은 직선과 사선으로 구분된 파티션이 런웨이 전면 가득 눈에 띄었다.


그리고 직선과 사선이 엇갈리며 만들어진 작은 '틈' 사이로 모델들이 걸어나오고 들어가기를 반복.  컬렉션 콘셉트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기에 쇼 시작 전부터 호기심이 심장을 간지럽혔지만, 런웨이를 장식한 작품들이 모든 궁금증을 해소시켰다. 이를테면 '말이 필요없는 패션쇼'였던 셈인데, 일단 디자이너 곽현주의 새로운 작품부터 만나보도록 하자.


어두운 밤거리를 밝히는 가로등 하나에 의지한 채 외롭게 도시를 걷는 사람들. 런웨이는 쓸쓸한 풍경을 자아냈다. 또 한편 고독하게 우아했다. 컬렉션으로 선보인 의상들은 검정과 회색, 검정이 가미된 파랑과 짙은 와인 색 등 다소 느낌이 차가운 색상들이 주종을 이뤘으며, 실루엣은 마치 높은 빌딩마냥 어깨를 강조하면서도 아래로 길게 똑 떨어지듯 슬림했다.

가죽과 울, 캐시미어 등이 패치워크된 의상은 간결해 보이면서도 테일러링이 풍부하게 활용되었는데, 덕분에 실루엣은 심플하지만 꽉찬 느낌을 준다.

이같은 특징은 남성복도 마찬가지였다.


다양한 '선'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직선과 사선, 그리고 곡선 및 선의 교차에 이르기까지 선과 선이 중첩되어 면의 완성을 돕는다. 가죽과 울, 실크 등 다양한 소재의 혼합으로 인해 분위기가 한 방향으로만 흐르진 않는다. 따뜻함과 촉촉함, 차가움이 한데 어우러진 느낌이다. 이전 시즌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처럼 남성복과 여성복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테일러링이 시도되었다는 것.

그리고 테일러링의 완성도는 시즌을 더할수록 발전되고 있음이 한눈에 보인다.


드넓지만 사람에겐 아찔하게 다가오는 대로와 가로수처럼 장식된 퍼, 시계 무브먼트나 건물 단면도마냥 뒤얽힌 선 등 이렇듯 2012 F/W 곽현주 컬렉션을 관통하는 큰 흐름은 '선'에 있다. 그리고 그 선들은 도시적이다. 다양하게 교차되고 흐름을 타는 선의 조합을 입은 사람들이 한줄기 빛을 향해 나아가는 패션쇼. 그렇다.

디자이너 곽현주는 옷 속에 도시를 담았다.


도시 속 건물들의 실루엣을 차용했고, 건물과 건물이 겹쳐 이루는 선의 교차를 비롯하여 광활한 도로의 이미지와 도시의 시간 등이 옷 너머로 보인다. 컬렉션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옥상에 올라가봤다. 빼곡한 주택의 선과 밀집된 상가의 빛, 그리고 간판들. 그리고 도시의 요소들이 자아내는 직선과 사선과 곡선.

언뜻 공황장애 비슷한 혼란스러움도 급작스레 밀려들었다.

그럴 때 밤하늘을 밝히는 '별빛'은 적절한 위로가 된다.


지난 2012 S/S 시즌에서 '꽃무늬를 전혀 꽃무늬스럽지 않게' 표현한 디자이너 곽현주.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별무늬를 전혀 별무늬스럽지 않게' 표현한 점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옷감 전면을 무늬들이 가득 채우지만 질서정연하게 균형을 이루는 특징은 미술을 공부한 그녀의 두드러진 재주다.

건물과 건물 사이로, 간판과 간판의 틈 사이로 엿보이는 하늘의 별.

외로운 도시의 밤거리를 걷다가 만나는 하나의 여유. 비록 서울 하늘에선 자주 접하지 못하지만, 드레스엔 한가득 희망처럼 별빛을 흩뿌린 디자이너의 마음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그 중에서도 직선과 곡선이 뒤얽힌 짙은 색감의 수트에 스카프나 셔츠 등의 아이템으로 별빛을 담아낸 룩은 마치 거울 속의 자신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빌딩 속에서, 혹은 빌딩 사이에서 행복을 찾아 헤매는 도시인. 그러고보니 강렬하지만 짙은 색감들은 언뜻 '네온싸인' 같기도 하다.


바람과 나뭇잎, 나비 등도 도시인에게 삶의 여유를 선사하는 소중한 선물이다. 도로 위와 건물 안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우리에게 귓가에 살랑이는 바람결과 손 위로 살포시 떨어지는 낙엽은 삶을 살아내는 와중에 느끼는 소소한 행복이다.


빛을 좇는 부나비처럼 완벽한 삶을 위해 줄지어 도시로 나아가는 사람들.
하지만 외로운 그 발걸음을 향해 그녀는 앞만 보고 가지 말고 하늘도 보고, 발 아래도 보고, 옆도 보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패션을 통해 삶의 행복과 여유, 빈틈이 자아내는 기쁨을 표현한 디자이너 곽현주. 그녀의 2012 F/W 컬렉션은―
   마음 한곳에 여유와 휴식을 안기며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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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핑구야 날자 2012.04.13 12:13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바람결 같은 패션이네요,,, 조금은 자유로운 느낌의 패션이네요

  2. sunnyabab 2012.04.13 12:21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패션쇼는 참 기분좋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직접 접해보지는 못했지만 모델들만 보아도
    기분이 업업 되는 기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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