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젊음!"
2012-13 F/W 서울패션위크(Seoul Fashion Week)에서 디자이너 박승건은 '젊음'을 옷으로 다듬었다. 그리고 영원한 젊음(Concept : Promise Forever young)이라 이름붙이고, 펑키한 그만의 색채를 불어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피날레 무대에선 얼마 전 고인이 된 휘트니 휴스턴의 명곡 'I Will Always Love You'가 울려퍼졌으며, 모델들은 'And I(우리에겐 웬다이아로 익숙한)'라는 글자가 앞에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그녀를 추모했다.

아니 사실 그것은, 비록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지만
그녀의 영혼과 노래와 스타일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약속이나 다름없었다.

2012 F/W  서울 패션위크, 박승건 '푸시버튼push BUTTON



4월 5일 저녁 7시,
디자이너 박승건의 푸시버튼push BUTTON 2012 FW 컬렉션.



2003년, 그야말로 혜성처럼(그를 논할 때 늘 따라붙는 수사다) 등장한 이래 지난 10년 간 그는 자신만의 뚜렷한 컬러로 패션계를 종횡무진했다. 파리에 입성했을 땐 프랑스의 패션문화 전문지 'WAD'에 주목해야 할 디자이너로 소개되었고, 그 후 런던과 베를린에도 진출하며 국내 실적보다 해외 판매 실적이 더 높아 화제가 된 바 있다.

#1. 사람의 몸


박승건의 푸시버튼은 늘 대중과 팽팽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그러면서도 로맨틱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긴장감을 위트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물을 옷감 가득 새겨놓다 못해 크로스 리브 볼트를 응용해 콘브라로 장식한 것처럼.

마돈나(심지어 푸시버튼이라는 브랜드 이름은 마돈나의 노래 '헐리우드'의 가사에서 차용한 것이다)가 황금색 란제리 룩으로 자기 몸을 마치 청동 조각상처럼 표현한 뒤, '이성의 몸을 대상화하고 물화시키는 사람들이 정작 조각상 앞에선 예술 좀 아는 척하는 그 지적인 허세'를 풍자한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그러고보니 마돈나 역시 1990년 세계 투어 콘서트의 무대 일부를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꾸몄었다.


받침대와 처마, 마름돌과 기둥. 그리고 그림자.
요소요소가 모여 하나의 아름다운, 또한 역사 속에서 오롯이 빛나는 건축물이 되듯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다.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로마네스크보다 더 오랜 자연의 시간을 지니고 있는 인체의 진중한 아름다움.


디자이너 박승건은 바로 우리 몸의 생동성을 유구한 건축물에 빗대 표현하고, 다시 견고한 위트로 다듬어 이를 내면화했다. 그리고 하트 모양으로 표현한 아치형의 재킷 라펠, 반원형의 실루엣, 두껍게 표현한 사이드 플립포켓 등 로마네스크 양식은 컬렉션 곳곳에 녹아들며 인체미를 조형적으로 드러내준다.

#2. 사람과 주변


지난 10년 간 패션계를 누비며 대담하게 '모피는 이제 끝났다'는 타이틀로 가짜 모피 패션쇼를 열었는가 하면, 컬렉션으로 '세계 평화'를 외치고, '주체적인 여성미'를 찬양했던 디자이너 박승건의 푸시버튼.

그간의 작업물과 마찬가지로 2012 F/W 컬렉션 역시 사랑이라는 테마가 스타일의 중심을 잡고 있는데― 이번에는 인체를 조형적으로 표현하여 그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인간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기도 하며, 반려견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옷감 가득 담아내거나, 인간의 창의성에 경탄을 불어넣기도 했다.


자신의 동료이자 반려견인 푸들 '푸시'가 영감의 원천이었을 게 분명한 알록달록한, 대놓고 가짜임을 천명하고 있는 페이크 퍼의 향연은 그의 이번 컬렉션이 주변에 대한 사랑과 관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려주는 작은 기호다.

#3. 사람과 기술


런웨이 위에서 옷만큼이나 눈길을 끌었던 태블릿PC 파우치. 사람과 패션과 테크놀로지가 밀착된 런웨이는 그래서 곧 삶에 대한 애정으로 다가온다. 안주하지 않고 나아가고자 하는 그 발걸음, 인간 기술의 창의성에 대한 경탄이 파우치 너머로 엿보였다.

#4. 사람의 마음


로마네스크 양식과 더불어 이목을 집중시켰던 바로크 프린트. 점프수트, 와이드 팬츠, 라이더 재킷, 포멀 수트 등 다양하게 활용된 바로크 프린트의 화려한 문양 너머에 오롯이 자리잡고 있는 건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인간의 마음'이다.


문양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립스틱을 모티브로 했다는 걸 알 수 있고, 나아가 립스틱을 둘러싸고 있는 틀이 요술공주 밍키나 뾰로롱 꼬마마녀의 '마술봉'임을 눈치채게 된다. 즉, 아름다움이 지닌 마법과도 같은 힘을 바로크 프린트로 재치있게 새겨넣은 것.

애니메이션과 클래식, 패션과 판타지 속에 이처럼 그는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지향하는 사람의 애틋한 마음을 투영했다.

#5. 영원한 젊음


온갖 솔루션이 난무하는 시대에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동안 메이크업, 동안 시술, 동안 패션 등 기술적인 힘에 의지할 수도 있지만 2012 F/W  푸시버튼 컬렉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해법은 '관심과 사랑'이다.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로마네스크와 바로크 양식이 시간을 초월하여 여전히 생동감있게 살아숨쉬고 재창조되듯, 비록 우리 곁을 떠났지만 휘트니 휴스턴의 음악이 지금도 귓가에서 맴돌듯, 또한 마돈나의 20년 전 콘브라 룩이 아직도 역동적일 수 있듯, 삶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사랑이야말로 영원한 젊음으로 나아가기 위한 바른길인 셈.


'젊은 사람, 젊어보이는 사람, 젊어보이고 싶은 사람.'
디자이너가 밝힌 컬렉션의 영감. 젊음이라는 코드에서 발견한 것은 이처럼 충만한 사랑이었다. 그리고 넘치다 못해 전파되는 힘을 가질 때 사랑의 표정은 곧 젊음으로 치환된다.


동물에 대한 사랑이 세련된 인조 가죽 패션으로 직조되고, 역사와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펄럭이는 셔츠드레스로 재탄생하듯 '나와 주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삶을 생기있게 충전시키는 에너지가 아닐까.

영원한 젊음이라는 콘셉트로 진행된
디자이너 박승건의 2012 F/W 푸시버튼 컬렉션은 그래서―
  바로 지금, 나와 내 주변을 끊임없이 사랑하라고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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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핑구야 날자 2012.04.19 17:37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옷이 살아야 하기 때문에 모델의 얼굴을 가리거나 일반인이 볼때 볼품없게 하는 것 같아요.

  2. 지이크파렌하이트 2012.04.19 20:35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감동이 있는 컬렉션이었군요!
    자기 자신과 주변에 대한 관심이 패션의 시작임이 분명한 듯 합니다..
    멋있네요. 앞으로도 박승건 디자이너를 눈여겨 봐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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