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님이 된 하녀"
이탈리아의 작곡가 지오반니 바티스타 페르골레시(1710-1736)의 오페라 부파 공연장으로 턱시도 수트에 케이프 재킷을 걸친 남자들과 케이프 재킷에 턱시도 수트를 입은 여자가 입장한다. 뒤이어 소매 부분이 벨벳으로 패치된 가죽 재킷, 솜을 납작하게 압축한 패딩 케이프, 캐시미어 망토, 모던하게 변형된 테일코트 등 위트 가득한 룩으로 차려입은 18세기의 남자들이 축제 현장에 도착했다. 루소와 라모의 부퐁논쟁은 창밖의 풍경.

이들에게 논쟁은 중요하지 않았다.
옳고 그른 것을 떠나, 감성의 자유로운 항해가 곧 정서 해방의 열쇠였으므로.

2012-13 F/W Seoul Fashion Week - VanHart di Albazar



디자이너 정두영의 반하트 디 알바자(VanHart di Albazar) 2012-13 F/W 컬렉션은 18세기의 요절한 천재 작곡가 지오반니 바티스타 페르골레시(Giovanni Battista Pergolesi)의 오페라 부파가 모티브다. '마님이 된 하녀(La Serva Padrona)'는 그의 대표작이자 오페라 부파의 전성기를 이끈 작품 중 하나.

서정 비극 오페라가 중심을 이루던 세상에 희극적인 오페라를 선보인 페르골레시의 작품은 이른바 '부퐁논쟁'의 촉발과 함께 유럽 전역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논쟁이 가열되어 결국 지식인들이 몸싸움을 벌였을 정도라는데, 서정 비극 양식을 지지하는 프랑스의 루이 15세와 희극 양식 오페라인 '오페라 부파'를 지지하는 이탈리아의 왕비 등 왕족부터 귀족에 이르기까지 오페라 양식을 두고 벌인 일종의 설전이다.



2012-13 F/W 서울패션위크 반하트 디 알바자 컬렉션은 바로 이 논쟁의 중심에 섰던, 26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작곡가 지오반니 바티스타 페르골레시의 희극적 감성에 초점을 맞췄다. 섬세한 현악기 선율로 표현했던 그의 자유로운 정서 및 오페라 공연을 하나의 축제로 즐겼던 대중의 감성이 영감의 원천.


덕분에 룩은 클래식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다양하게 변주되었다.

수트 스타일에 스터드 장식을 덧붙인다든지, 젠틀한 수트에 가죽 패치를 더하거나 연미복 스타일에 록시크 무드를 버무리는 식의 유쾌한 클래식 스타일이 런웨이를 수놓았고, 관중들은 진짜 오페라 '마님이 된 하녀'를 관람하듯 흥미로운 눈초리로 쇼를 지켜볼 수 있었다. 이를테면 또 어떤 변형과 변주가 등장할지 내심 기대하며.



이번 쇼의 또다른 관전 포인트는 이탈리아의 스타일 거장(이탈리아 대통령의 문화훈장 '코멘다토레' 작위를 수여받은) 알바자 리노(Al Bazar Lino)와 협업한 컬렉션이라는 점. 세계적인 패션 블로그 '스콧 슈만의 사토리얼리스트(thesartorialist.com)'에 스트리트 패션으로 모습을 자주 드러내며 스타일 하나만으로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된 그는 내셔널 브랜드 신원 반하트 옴므와 손잡고 2012 S/S 시즌부터 서울패션위크(Seoul Fashion Week)에서 컬렉션을 전개하는 중.



이탈리아 현지에서 장인의 손길로 탄생한 수트부터 이탈리아의 스타일 디렉터 알바자 리노의 손길에 이르기까지, 신원 반하트 옴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두영과 함께 한 컬렉션은 그래서 더욱 풍성한 스타일링의 항연이었는데―



탄탄한 레이스업 부츠를 비롯해 무심한 듯 잡아올린 가방 등 스타일링과 애티튜드는 진중한 위트가 스며들었으며, 여기에 클래식과 모던으로 재해석한 밀리터리 스타일과 라이딩 스타일은 룩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패딩 케이프가 눈길을 끄는 점프수트 턱시도는 단연 압권.

상의와 하의가 하나로 결합된 점프수트 스타일의 턱시도에 캐주얼하면서도 클래식한 패딩 케이프를 매칭한 룩은 당장 계절을 앞당기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이처럼 룩은 정형화된 턱시도 수트에 과감하게 재치를 덧붙이는 방식이 주종이었고, 여기에 가죽 장갑 및 가방, 컬러감이 살아있는 슈즈 등 액세서리가 더해지며 익숙한 듯 낯선 글래머러스한 스타일의 남성 패션이 탄생했다.



바로크와 로코코 스타일의 건축이 대세였던 18세기 유럽에 자신만의 독창적 양식으로 승부를 걸었던 네덜란드 건축가 아브라함 반 델 하트의 네오 클래시즘을 철학적 기반으로 하는 '반하트'의 디자이너 정두영의 클래식 패션과 이탈리아의 스타일 디렉터 알바자 리노의 세련된 패션 라인이 만나 컬렉션은 무척 다채로운 향기를 머금었다.


격식성을 살린 밀리터리 코트 및 숄 아이템, 연미복을 재해석한 구조적인 테일코트, 풍성한 퍼를 매칭한 모직 코트 등 맥시멀한 스타일은 요즘의 내츄럴하면서도 미니멀한 여성 패션과 대조를 이루며 남성 패션의 정체성을 견고하게 쌓아올린다.



깊이감있는 색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 패션 특유의 진중함 또한 잃지 않았다. 옷감 너머로 위트가 흐르지만 마냥 가볍지 않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스타일에 적절하게 포인트 효과를 주는 버건디와 와인, 오렌지와 그린, 올리브 카키 등의 컬러는 다양한 가죽 패치 및 패딩 디테일과 조화를 이루며 활동성과 보온성, 격식성과 멋스러움을 한번에 사로잡은 인상이다. 여성복의 선율을 가미하면서도 남성적인 색채와 균형을 이룬 점 또한 컬렉션의 장점이었는데, 남성 패션에선 생소한 '글래머'라는 단어를 은유적으로 사용한 까닭은 여기에 있다.


모직 소재의 라펠과 가죽 소재의 라펠을 이중 처리한다든지, 코트 위에 에비에이터 재킷을 걸쳐 어깨를 강조하는 것과 같은 스타일링, 고풍스러운 망토를 남성 라인에 맞게 재해석한 아이템 등 룩은 어디까지나 남성적 매력의 극대화에 있다. 그리고 매력의 극대화를 위트로 변주하여 선보였기에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네오 클래식 패션이 완성되었다.



버클로 여미고 닫을 수 있는 재킷, 풍성한 니트 퍼, 딱 적절하게 사용된 가죽 패치 및 날렵한 케이프 등 포멀하면서도 글래머러스한 맨즈 컬렉션은 여전히 획일적인 일상의 남성 패션에 흥미로운 영감을 주지 않을까. 옷 입는 재미에 흠뻑 빠지고 싶은 남자들의 잠재된 욕망을 충분히 해소시켜줄 듯하다.


게다가 여자친구와 함께 케이프 턱시도 커플룩에 도전해볼 수도 있으니,


   이제 스타일을 향한 마음의 문만 열면 될 듯!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래 추천 버튼도 꾸욱 눌러주시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신고


  1. 현명한 우준 2012.04.27 12:27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뭔가 분위기가 ~ 약간 으시시한것 같기도 하고, 신비스러운 것 같기도 하네요. ^^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ㅎ

  2. 핑구야 날자 2012.04.27 17:33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세련된 패션인데 얼굴이 창백해서 ㅋㅋ 이젠 이런 스타일의 패션쇼보다는 친근함으로....


글 구독하기-아래 버튼만 누르면 된답니다.

+RSS FEED 다른 글 읽어보기
 
블코 추천버튼한RSS 추가버튼구글리더기 추가버튼
※패션쇼 5시간전,백스테이지엔 무슨 일이?
※패션쇼에서 만난 스타들
※페트병과 폐그물이 유니폼으로 변신?
※낡은 청바지의 적나라한 변신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