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국수와 김밥을 먹고"
광장시장에서 5월의 무더위를 즐기던 참이었다. 즉석에서 김밥을 말아주시던 아주머니의 빡빡한 촬영 스케줄 넋두리에 함박웃음을 터뜨리기도. 홍콩의 어느(이름이 가물가물) 잡지사에서 다녀갔다며 책자에 소개된 아주머니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셨는데 김밥 말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지만 다양한 매체의 촬영 요청이 이어진다며 슬쩍 미소를 지으신다. 활기차고 역동적인 시장 풍경. 파닥파닥거리는 물고기마냥 생기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해준다. 오가는 이야기에 정(情)이 넘치면 금상첨화.

스트리트 패션 칼럼 : 과일가게 삼촌의 찢패션



그렇게 먹고 마시고 떠들다가 우연히 마주친 남자의 범상치 않은 노출 패션.
이런 상황에선 늘 그래왔듯 발걸음을 그만 딱 멈추게 된다.


종로 5가 7번 출구 주변.

지하철 출구에서 막 빠져나온 사람들, 길을 건너기 위해 도로변에 서 있는 사람들, 시장 손님 등등 그야말로 유동인구로 쉴 틈 없는 길목에 위치한 과일가게 삼촌은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유독 한눈에 들어왔다. 이를테면 '찢택연' 못지 않은 과일가게 삼촌의 찢패션이다. 다행히 뒷모습 촬영은 허락해주셨는데, 워낙 바쁘셔서 포즈 요구는 차마 못했지만 정말 간단한 '인터뷰'는 할 수 있었다.


하얀비 : 직접 찢으셨나요?
삼촌 : 네.

하얀비 : 이렇게 찢어서 입으신 특별한 이유라도?
삼촌 : 더워서.

하얀비 : 그럼 모자도 직접?
삼촌 : 네.

더 많은 질문을 던지고 싶었으나 영업에 방해가 될 듯하여 딱 궁금했던 내용만 여쭸는데, 대답은 정말 간단명료 시크하셨다. 단지 더워서라는 이유를 말씀하실 땐 과일가게 삼촌도, 질문을 던진 나도 일순간 미소가 씨익 먹물처럼 번졌다.


블링블링한 디스코풍의 실버 스팽글 모자는 삼촌의 핸드메이드 찢패션의 가장 강렬한 포인트. 역시 더위를 이기기 위해 모자의 윗부분은 참외 썰듯 싹둑 도려내어 패션과 실용성을 동시에 추구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일관된 룩을 완성했다.


모자와 상의가 디스코와 품바룩의 만남이라면 바지는 광장시장이라는 장소 및 길 건너 종로 꽃시장과도 조화가 되도록, 즉 TPO(때와 장소와 상황)에 맞게 스타일링을 했다. 작은 꽃무늬 바지와 왕꽃무늬 바지를 레이어드하되, 이 또한 손수 막 찢어내어 룩의 통일성을 잊지 않은 점이 눈에 띄었는데―


서로 다른 핏의 반바지를 레이어드한 더블팬츠 룩은 상당히 인상 깊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야에 깊이 각인된 건 아무래도 등. 여배우만 등을 노출하란 법은 없으니까.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삼촌의 등은 노출된 그 부분이 진하게 자연태닝되었다는 것.

이 부분만 햇빛에 그을리셨어요, 라고 하자 삼촌은 '그렇죠'라며 또 씨익 웃으신다.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시장 곳곳은 걷다보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특히 눈에 띈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프로정신. 말씀은 안 하셨지만 그 묵묵한 마음이 삼촌의 그을린 등과 찢어진 셔츠 너머로 엿보였다. 덕분에 무더운 날씨였음에도
   생동감이 촉촉하게 거리를 적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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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더공 2012.05.03 12:19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앗... 최첨단 공기 순환구조의 옷이군요. ^^

  2. 아딸라 2012.05.03 14:26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ㅎ 각자의 목적에 충실한 패션이네요 -ㅎ

  3. 핑구야 날자 2012.05.03 17:47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기능성과 효율성이 돋보이는데요..

  4. 지이크파렌하이트 2012.05.03 18:05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찢삼촌 ㅋㅋㅋㅋ 재밌습니다 ^^
    저런 분들이야말로 진정 패션 전략을 잘 아시는 분이 아닐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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