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하는 아낙네들이"
대낮 도심 한복판에 나타났다. 이윽고 껌 좀 씹어봤다는 그때 그 시절 누나와 다리 좀 떨어본 형님이 각 잡힌 책가방을 옆구리에 낀 채 뛰어다녔고, 곧이어 엿장수와 마을의 수호신도 덩달아 등장해 시민들 속에 뒤섞였다. 배우들은 구경하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었고, 시민들은 그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배우들의 숫자만 100명이라던데, 어느샌가 배우와 시민의 경계가 모호해진 대낮 도심 한복판의 리얼 판타스틱 쇼는 결국 구경하는 사람, 연기하는 사람 할 것 없이 모두가 극 속으로 스며들며 현실과 허구를 넘나들었다.

대낮 도심에서 펼쳐진 리얼 판타스틱 쇼



지난 5월 6일 일요일 오후 청계천.
마치 한폭의 풍속화를 보는 듯했던 '프로젝트 시공간 풍경 2012- 천변천변' 공연의 한 장면.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못지 않은 로맨틱한 풍경이다. 과장된 닥종이 한복을 통해 엿볼 수 있듯 '닥종이 인형'이 캐릭터의 모티브. 다양한 색감의 닥종이 한복은 현재 각광받는 의복 소재로서 한지의 가능성을 일상 속에서 느끼도록 해주기도.


한때 청계천은 유명한 빨래터였다.


삶의 다양한 결이 물결 속 녹아들었던 그 시절의 청계천. 빨래하는 여인들은 청계천에서 울고 웃으며 '슬픔은 나누면 반,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신념을 아로새겼다.


고된 가사를 마치고 난 뒤 서로 정(情)을 기울이던 청계천 빨래터의 풍경.
한국식 마임으로 표현된 리얼 판타스틱 쇼 '프로젝트 시공간 풍경2012-천변천변'은 대사 하나 없이 몸짓으로만 이야기를 담아내지만 배우들의 섬세한 표정 연기는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편의 '극'이지만 옛 시절의 판각에 머물지 않고 아날로그 감성을 톡톡 건드리며 시대와 문화의 정서를 환기시키기도 하고, 단절이 아니라 이음이라는 테마는 도심 속 휴식공간을 무대로 관객과 배우가 한폭의 그림 속에 스며들며 일상과 예술의 벽을 허물었다.


또 하나 독특했던 점은 무대가 어느 한 곳에 특정되지 않고 청계천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변주되었다는 것. 가끔은 다리 위에서 때론 다리 아래에서, 혹은 도로 위에서 또는 천변으로 도심 곳곳이 이야기의 배경이 된다. 덕분에 극의 전체를 보기 위해선 관객들도 배우들과 함께 청계천 곳곳을 걸어다녀야만 했다. 처음엔 배우의 뒤를 따르던 시민들이었지만 이내 배우들 사이로 파고들기도 하고, 배우들은 시민과 함께 극을 완성시켜 나갔다.


모든 의상과 소품이 한지 공예로 만들어졌다는 점도 눈여겨볼 사항이다. 이를테면 마치 닥종이 인형으로 분한 배우들은 어린시절 할머니께 듣던 옛날이야기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만 같았고, 건조한 도심은 동화 속 마을로 변모했다. 의상과 소품의 과장된 실루엣은 캐릭터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기능을 성실히 수행하면서도 배우들의 몸짓이나 표정과 어우러지며 희극적 장치로 발화된다.



무려 100명에 이르는 캐릭터의 성격은 의상과 소품만으로 표현되고, 시대적 공감을 통해 특별한 부연설명 없이도 시민들은 각 캐릭터의 개성을 엿볼 수 있었다. 무대와 현실의 경계를 허물면서도 한편의 극을 완성한 힘은 배우들의 연기와 더불어 이처럼 닥종이로 만든 의상과 소품에 있다.



가끔은 시민들이 직접 등장인물이 되기도 한다. 이발사가 매만지는 머리카락의 주인공은 즉석에서 선발된 시민이며, 수호신의 행진을 보기 위해 모여든 관객들은 흡사 마을주민처럼 느껴진다. 도심 한복판에서 펼쳐진 야외 공연의 매력이다.



이발사, 욕쟁이 할머니, 골목대장, 마을마다 꼭 한 명씩 있는 천하장사, 오줌싸개와 빨래터 여인, 그 시절의 학생 등등 다양한 캐릭터의 등장 또한 극의 흥미를 이끈 요소. 



여기에 몸짓으로만 표현하는 이야기가 더해지며 대략 1시간 반 동안 도심 한복판에서 펼쳐진 리얼 판타스틱 쇼는 문화와 일상을 한편의 동화처럼 녹여냈다. 게다가 쉴 새 없이 배우들을 따라다녀야 했기에 운동효과는 덤.



아울러 새로운 형태의 도심 속 마당놀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읽을 수 있는 공연이었는데, 앞으로 더욱 발전하여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공연으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그냥 이렇게 끝내기엔 너무 아쉬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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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성호랑이 2012.05.08 10:45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히야~ 재밌겠어요!~ 근데 서울이라니..ㅜㅜ

  2. 핑구야 날자 2012.05.08 12:13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동화책 같은 광경이네요... 와우 참 재미있네요,.. 아이디어 대박...

  3. 한솔골프 2012.05.08 13:13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신기하네요...잼있기도 하구요....

  4. 일상의 디자인 2012.05.08 13:19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정말 재미있는 퍼포먼스네요^^ 의상도 멋지고,, 사진으로도 느껴지는 배우들의 멋진 연기도 일품입니다!^^

  5. 더공 2012.05.09 00:55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처음엔 인형인줄 알았는데 청계천에서 하고 있는거네요.
    표정만 봐도 정말 신명납니다. ^^

  6. 아딸라 2012.05.10 20:25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멋지네요 - 표정 연기도 그렇고 -
    전 멀리서 찍은 샷보고는 닥종이 인형 공예인 줄 알았어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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