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하고 단아한 자태 너머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여인과 두 남자를 둘러싼 욕망의 실루엣. 6월 6일 개봉을 앞둔 영화 <후궁 : 제왕의 첩> 쇼케이스 패션쇼에서 김대승 감독은 작품의 테마를 두 글자, 욕망으로 압축했다. 즉 사랑과 권력, 복수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래서 영화 속 의상은 공기로 꽉찬 풍선마냥 부피감이 있었고 세밀하면서도 화려한 자수는 가진 걸 놓치지 않기 위해, 또 더 많은 걸 얻기 위해 욕심을 꾹꾹 눌러담은 듯한 분위기였다. 이를테면 욕망의 런웨이.

영화 '후궁 : 제왕의 첩' 쇼케이스 패션쇼



영화 <후궁 : 제왕의 첩>에서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비련의 여인 '화연' 역을 맡은 조여정. 은은한 자수가 마치 깨진 얼음장같은 그녀의 웃옷은 '화연'의 운명을 예고하듯 화려하지만 위태롭다. 꽁꽁 싸맨 허리띠는 순탄치 않은 삶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익선관과 옥대를 두고 나온 성원대군. 금실로 용을 수놓은 어깨와 가슴의 '보'는 그래서 더욱 장엄해 보인다. 걸치듯 두른 곤룡포에 감춰진 그의 욕망은 무엇일까. 런웨이로 걸어나온 '성원대군' 역의 김동욱은 왕이라는 캐릭터와 쉬이 연관되지 않는, 의외로 가장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풍겼다.


모든 걸 다 빼앗겨 복수심에 불타는 남자, '권유' 역을 맡은 김민준. 그는 사실 내시다. 덕분에 김동욱과 더불어 호기심을 극대화시킨 인물 중 한 명. 대체 왜 내시가 되었으며 또 궁에서 무슨 일을 벌일지, 날카로운 옷자락 속에 감춘 분노가 은근히 기대되는 캐릭터다.


런웨이에 오른 영화 속 의상 중 그나마 가장 로맨틱했던, 배우 조은지가 열연한 '금옥'의 한복.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고리의 옷깃과 소매, 치맛자락으로 이어지는 초록색 그라데이션은 보는 이를 불안하게 한다.

영화 속에서 약방내시로 출연하는 박철민과의 이뤄질 수 없는 로맨스도 곁들여진다는데 몰래한 사랑의 결말이 흔히 보던 사극 속 '밀애'와는 다른 방향이길~.


약방내시로 출연하는 배우 박철민. 조은지의 한복이 그나마 로맨틱했다면, 박철민의 의상은 관객들에게 편안함을 선사한다. 아쉬운 점은 큰맘 먹고 도전한 그의 노출연기가 편집되었다는 충격 고백. 김대승 감독에 따르면 '그 노출연기가 실은 뒷간에서 큰일 보는 장면 중에 나오는데 볼 게 없어서 짤랐다'고.

순간 박철민은 쇼케이스에 참석한 관객들에게 절대 오해하지 말라고 연신 당부했는데, 영화 속에서도 약방의 감초마냥 펼쳐질 그의 애드립은 분명 달콤한 휴식이 될 듯.


대비마마로 출연하는 여배우 박지영은 그야말로 욕망의 화신같은 느낌이었다. 아마도 그건 그녀의 한복이 다른 인물에 비해 가장 여유로웠던 탓이 아닐까. 특유의 카리스마는 그같은 여유 속에서 더욱 강렬하게 빛난다. 하지만 관객과의 대화에서 그녀는 그건 카리스마가 아니라 '엄마의 마음'이라고 은유했다. 극 중 그녀의 캐릭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까진 영화 <후궁 : 제왕의 첩>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에 대한 소개.


우리 영화 사상 최초로 고궁(경희궁)에서 패션쇼로 선보인 쇼케이스는 임신 4개월임을 깜짝 고백하며 주제가를 부른 가수 서영은의 무대와 더불어 배우 및 감독과의 대화, 즉석 일반 관객 질문 등 대략 1시간 30분 가까이 풍요롭게 펼쳐졌는데―


다채로웠던 장면들도 슬쩍 들여다보자.


왕과 후궁의 만남.
런웨이에서 왕이 옷고름을 풀자, 객석은 그야말로 숨을 죽였다.


런웨이를 좌우로 가로지르며 벗고, 또 벗고.
과연 어디까지?


아쉽지만 다음 상황은 직접 영화관에서 확인하라는 듯 왕과 후궁이 서로 마주치며 끝.


그리고 농기구 대신 활을 든 사나이들의 등장
극 중 김민준과 연관성이 있어 보였는데 그가 내시가 된 까닭이,
또 조여정과는 무슨 관계인지 궁금증을 유발시키기도.


병사의 호위를 받으며 등장한 궁의 여인.

허리를 질끈 동여맨 '원삼'이 눈길을 끈다.



런웨이의 적절한 변주는 특히 여인들의 한복에서 두드러졌다.

벨벳이나 자카드 원단으로 웅장함을 표현하거나
주름 장식 및 입체적인 재단으로 모던한 매력을 불어넣기도 하고,


불에 그을리고 찢겨진 '그런지 룩 스타일'의 한복은 심지어 아방가르드했다.
뿐만 아니다.


코르셋을 연상시키는 띠를 허리에 둘러 몸선을 돋보이게 하고


튜브톱을 강조한 한복 치마 위로 저고리를 외투처럼 걸치는 등 전통적인 한복 실루엣 아래 숨어있는 세속적 욕망의 내면을 추적한 인상이다.


궁중 사극이지만 한복에 현대적인 색채를 가미하고 욕망이라는 테마로 스타일을 각색했기에 영화 <후궁>의 의상은 익숙한 듯하면서도 개성적으로 다가왔으며,


주연 배우들이 런웨이에 올라 무대 의상을 표현할 땐 실제 영화를 보는 듯 극적인 느낌이 배가되기도 했다. 이처럼 인물의 성격 및 극의 주제와 조화를 이루는 의상만으로도 기대감이 한껏 고조되는 영화 <후궁 : 제왕의 첩>.

   2012년을 빛낼 멋진 영화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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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핑구야 날자 2012.05.14 08:02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후궁답게 패션쇼를 했군요,.. 아이디얼하네요

  2. 지이크파렌하이트 2012.05.18 14:24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이런 행사도 있었다니, 정말 멋있네요!
    의상들이 참.. 아름답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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