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대백과사전"

명륜캠퍼스 600주년 기념관 조병두홀에서 6월 5일 저녁 7시에 열린 2012 성균관대학교 예술대학 의상학과 졸업작품 패션쇼는 타이틀이 주는 흥미로움을 충분히 만족시켰다. 우려가 없진 않았다. 광개토대왕, 을지문덕, 나폴레옹, 선덕여왕. 그리고 슈퍼맨과 엄마. 패션으로 재구성될 영웅들의 런웨이는 지루해질 위험도 있었다. 실험정신이 지나치면 설득력을 잃게 되고, 손끝이 소심해지면 민속의상이 된다. 어깨가 움츠러들면 관객들이 하품만 연신 해댈 수도 있는 노릇이다. 하지만


영웅들의 런웨이-1부



이 매력적인 '슈퍼맨과 슈퍼우먼의 커플 파티 패션'처럼 런웨이를 수놓은 80여 벌의 작품은 저마다 서로 다른 호기심을 톡톡 건드렸다. 가끔은 웃음이 빵 터졌고, 때로는 가슴이 뭉클해졌으며, 이따금 전율이 살끝에서 뼛속으로 파고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장 내다 팔아도 될 정도다. 대학 졸업작품 패션쇼에선 쉬이 기대하기 힘든 시장성마저 갖췄다.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는 보편성과 예술성을 묘하게 넘나들었고, 심지어 실용적이기까지 하다. 시대 속의 역사와 문화를 관통하면서도 '지금'을 놓치지 않으려 힘쓴, 졸업을 앞둔 학생 디자이너들의 지난 1년에 걸친 노력의 결과물.


작품 수가 워낙 많은 관계로 총 3회에 걸쳐 살필 예정인데,

긴 말 필요없이 일단 아래 슬라이드쇼부터 한번 보자.



총 네 장의 사진은 각각 '전쟁영웅, 여왕, 슈퍼히어로, 엄마'라는 소주제를 담아낸 작품. 쇼는 이처럼 네 가지 소주제로 스테이지를 꾸렸고 각 무대마다 주제에 부합하는 의상들이 런웨이에 쏟아졌다. 41명의 학생들이 80여 벌의 작품을 준비했으며, 각자 자기 삶의 영웅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부터 그 의미를 고찰하는 방향으로 졸업작품 패션쇼는 진행되었다.



쇼의 오프닝 스테이지는 전쟁 영웅.

관객들에게 선보인 첫 작품은 박혜정 학생디자이너의 광개토대왕. 고구려 갑옷과 투구 등을 현대적인 밀리터리 룩으로 해석하여 여성복으로 치환한 점이 눈에 띈다. 갑옷 특유의 강인한 느낌을 가죽과 금속 장식으로 표현하고, 광개토대왕의 발전적 기상은 황토빛 색감과 높이 솟은 옷깃, 목을 감싸는 스누드로 되살렸다.


회색빛으로 통일성을 부여한 안소연 학생디자이너의 을지문덕은 여기에 도시적 느낌을 가미한 작품. 을지문덕의 비늘갑옷을 재해석한 의상은 그래서 건축적인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쇳조각 대신 울을 이용하여 을지문덕의 정신을 따스하게 표현하고자 힘쓴 디자이너의 감성이 돋보인다.



광개토대왕과 을지문덕이 짐짓 웅장한 느낌이라면, 이나리 학생디자이너의 나폴레옹 룩은 깜찍했다. 나폴레옹의 프록코트와 퀼롯을 캐주얼한 프레피 무드로 해석하여 발랄한 클래식 스타일로 재탄생시킨 것. 이대로 길거리를 활보해도 좋을 옷이었다.



1920년대 독립군 군복에서 영감을 받아 표현한 이규현 학생디자이너의 안중근 룩은 낡고 해진 느낌을 주면서도 세련된 기상이 느껴진 작품. 바지의 밑단 처리 방식은 그 중에서도 매력적인 디테일이었다. 패딩으로 부피감을 가미하여 영웅의 풍채를 드러내면서도 날렵해 보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18세기 러시아의 여황제 '예카테리나 2세'. 김상하 학생디자이너는 예카테리나 2세의 대담하고도 자유분방한 내면을 코르셋 와이드 레그 팬츠로 되살렸다. 블랙은 여기에 깊이감을 더해주며, 레이스와 주얼리 장식은 관능미를 배가시킨다. 이른바 유아독존! 단, 소화하려면 다리가 좀 많이 길어야 할 듯.



이집트 최초의 여자 파라오 '하트셉수트'는 남장을 해야만 했다.

김지혜 학생디자이너는 남성적 느낌의 날카로운 테일러드 재킷과 옆선에 트임을 준 시스루 스커트로 하트셉수트의 정체성을 표현했다. 아울러 이집트 문화 특유의 장신구 문화를 주얼리로만 장식한 상의로 되살린 점이 눈길을 끄는데, 매니시한 기운과 카리스마 넘치는 관능미도 동시에 잘 드러낸 느낌이다.



측천무후의 거침없던 도발적 기개를 바이커 미니드레스로 표현한 양링 학생디자이너. 라이더 재킷을 칵테일드레스로 변형시킨 양링 학생의 작품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드레시한 소매. 소매 하나만으로 이 옷이 재킷이 아니라 미니드레스임을 알려준다.



여배우의 레드카펫 드레스로도 모자람이 없을 김지아 학생디자이너의 선덕여왕 룩. 드레스 안감의 금박 장식은 오직 여왕만이 누릴 특권을 표현한 것이라고. 아쉬운 점은 허리 라인을 좀더 매혹적으로 표현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것.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라 특유의 장식 표현은 눈을 시리게 한다.



목을 장식하는 러프칼라만으로도 이효진 학생디자이너가 표현하고자 한 대상이 엘리자베스 1세 여왕임을 눈치챌 수 있다. 비즈니스 우먼으로 재탄생한 권위적인 여왕의 룩은 패널로 단순화시킨 실루엣 속에서도 위엄있게 다가온다. 졸업작품 패션쇼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은 작품으로서, 명확한 주제의식과 높은 완성도 및 창의성은 런웨이로 걸어나오던 그 순간부터 본능적으로 확인된 점. 대상 수상작답다.



이렇듯 눈과 마음을 홀리는 작품들로 가득했던 2012 성균관대 예술대학 의상학과 졸업작품 패션쇼. 내일 이 시간엔

  런웨이 빵 터지게 한 '희대의 패션'을 소개할 예정이니 기대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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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성호랑이 2012.06.06 09:34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우와...진짜 멋있게 디자인했군요!~ 깔끔하고 완성도있게!~

  2. 핑구야 날자 2012.06.07 08:20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와우 창의력이 돋보이는군요 역시 졸업작품이라 틀리네요

  3. 우앙~ 2012.10.25 00:19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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