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곱게 화장하고 옷을 예쁘게 차려입은 엄마의 모습을 보면 호들갑을 떤다. 무척 어렸을 때부터 나는, 엄마가 화장대 앞에 앉아 있으면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가끔은 참견도 한다. 립스틱 색깔이 맘에 든다, 안 든다에서부터 스타킹 색깔이 별로다 좋다에 이르기까지. 귀찮을 수도 있을 텐데 엄마는 늘 내 의견에 따라 색깔을 바꾸곤 하셨으며, 그때마다 '엄마 예뻐?'라고 되묻기도 하셨다. 내가 '응'이라고 하면 흡족한 듯 미소지으시는 모습,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영웅들의 런웨이 3부


2012 성균관대 예술대학 의상학과 졸업작품 패션쇼의 마지막 무대는 '어머니'가 테마다. 학생 디자이너들은 엄마의 사진첩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찾았고, 엄마의 옛 시절을 마음에 품었다. 젊은 시절 엄마의 모습을, 나도 가끔은 일부러라도 찾아서 본다. 


결혼식 사진을 보며 아빠와 어떻게 만났는지, 첫사랑은 누구였는지 아마 아빠보다 내가 더 엄마의 과거를 세세하게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나하나의 사진에 담긴 엄마의 이야기. 퍼즐 조각 맞추듯 가끔은 묻고 또 캐묻는다. 그냥 엄마의 삶이 궁금했고, 또 그 삶 역시 내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런웨이에 오른 학생 디자이너들의 '어머니'를 테마로 한 작품은 엄마의 삶에 대한 존중이자 사랑의 또다른 표현이었다.

'땡땡이 무늬'라 부르던 폴카 도트, 주름치마라 칭하던 '아코디언 플리츠 스커트', 어깨를 부풀린 오버사이즈 실루엣, 7·80년대 여대생의 상징이었던 청청 패션, 80년대 여학생들을 휘어잡았던 러블리한 스카프 스타일링, 잘나가는 비즈니스 우먼의 시그니처 아이템이던 만다린 칼라 셔츠 등 사진첩 속 엄마의 젊은 시절이 무대를 수놓았다.

그리고 이윽고 등장한 스페셜 모델.


졸업을 앞둔 성균관대 의상학과 학생 디자이너들의 어머니. 박수 갈채와 환호성이 무대를 뒤덮는 순간, 마음이 뭉클해졌다.

최윤아 학생디자이너

민지현 학생디자이너

김진아 학생디자이너

김인선 학생디자이너

김수인 학생디자이너


내 아들과 딸이 만든 옷을 입고 그들의 졸업작품 패션쇼 무대에 오른 어머니들의 마음. 굳이 묻지 않아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 줄자로 어머니의 치수를 확인하고, 원단을 자르고 무늬를 새기며 실과 바늘로 옷을 만드는 과정. 학생디자이너들의 눈빛 역시 옷 너머로 아른거린다. 패션으로 엄마와 자녀가 서로를 이해하고 하나가 되는 일련의 순간들.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엄마의 몸에 꼭 맞게 재단된 각각의 옷들은
바로 그 과정과 순간을 바라보게 하는데,


2012 성균관대 예술대학 의상학과 졸업작품 패션쇼는
이처럼 어머니, 나아가 부모님들이야말로 영원한 뮤즈이자―

    우리 모두의 영웅임을 알리며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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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핑구야 날자 2012.06.08 12:51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키운 보람이 있네요,.. 아이들이 만든 옷을 입고 무대에 서보다니..

  2. 초록누리 2012.06.08 13:15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지금까지 패션쇼중에 가장 인상적이고 참신한 쇼무대네요.
    어머니들을 모델로 올린 성대 학생들, 아이디어가 어머님들의 우아한 모습만큼이나 멋지고 감동적입니다^^
    진심 졸업작품발표회라는 의미도 더 살고요.
    마치 졸업식때 학사모를 부모님께 씌워드리고 감사를 표하는 마음같은 뭉클함이 그 이상으로 전해집니다.

  3. 2012.06.08 15:09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비밀댓글입니다

  4. Yujin Hwang 2012.06.08 15:20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이런 패션학과의 행사 너무 신선하네요!!!

  5. 김진아 2012.06.09 19:56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안녕하세요 ^^ 성대의상학과 학생입니다 ! 이렇게 예쁜사진 찍어주시고 좋은 글 써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ㅎㅎ 저희 페이스북 페이지에 블로그 공유하고 싶어요 ! 괜찮으신가요 ?

  6. susan 2012.06.20 15:59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저도 딸이 디자인한 옷이 입고 싶어지네요.
    사진 속의 '엄마가 엄마이기전' 글귀에 가슴이 뭉클해지구요.
    좋은 장면 감사합니다.

  7. donny 2012.06.24 23:32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의상학과는 아니지만 의상에 관심 많은 성대 학생입니다 ^^ 좋은 포스팅 정말 잘 보고 갑니다!
    내후년 졸업패션쇼는 꼭 보러가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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