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내리는 일요일 오후"

쇼는 시작되었다. 여건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칠 것이라던 비는 계속 내렸고 패션쇼가 열릴 장소는 쇼타임을 앞두고도 시스템이 완전하지 못했다. 군데군데 진행과정의 누수가 엿보였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풋풋했고 열정이 묻어났다. 패션쇼에 참여한 디자이너들은 대학생. '여러분 모두가 VIP'라는, 트위터 단문 알림에 짙게 깔려있던 어떤 변화를 향한 바람만큼은 강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이 사회의 업사이클링에 시동을 걸었다.


최고의 환한 미소


리허설은 어둠 속에서 진행되었다. 패션쇼 시작이 한 시간도 채 남지 않았지만 조명이 아직 준비되지 않은 탓이다. 모델들이 워킹할 땐 '탕탕탕'하는 소리가 메아리마냥 울려퍼졌다. 인천 남구청 대강당 바닥에 마련된 런웨이는 아쉽게도 나무판자.



배경음악 사이사이로는 음향 장비의 문제로 '지지직'하는 잡음 또한 들렸다. 과연 쇼를 제대로 열 수 있을지 장맛비 못지 않게 근심걱정이 쇼장 가득 내려앉았음은 물론.



보통 패션쇼에 가면 분위기 상 일단 마음이 들뜨기 마련인데 이날은 어찌된 게 영 불안했다. 도와주실 분, 재능기부해주실 분, 자원봉사자를 찾습니다...라던 트위터 상의 작은 외침이 불현듯 떠올랐다. 돈 없이 패션쇼를 연다는 것은 상상 그 이상의 환상이다.


조명부터 음향 장비, 무대 세팅과 모델 섭외, 그 외 기타 잡비에 이르기까지 우물 밑바닥까지 긁어야 할 만큼 돈 들어갈 곳이 많다. 지금은 스타 디자이너의 반열에 오른 어떤 이는 패션쇼 준비 기간 중에도 아르바이트를 멈추지 않았다고 하지 않던가. 판타지를 선사하는 패션쇼라지만 그 이면은 치열한 자기싸움의 연속이다.



닫힌 문은 두드리면 될 일. 조명 하나가 급조되었고, 약속된 시간을 조금 넘어설 무렵 드디어 패션쇼가 막을 올렸다. 재능기부 덕분이다. 모델, 진행 도우미 등 각계각층의 젊은이들이 힘을 모았다. 부족한 점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게 다가온 이유는 제손으로 해내겠다는 젊은이들의 도전정신 때문.


심지어 패션쇼를 통해 제 3국에 고아원까지 짓겠다고 나섰다. 이미 수단 대사관 및 당국과 미팅을 가졌으며 현재 고아원 짓기가 예정 중에 있다. 이번 무대는 바로 그 고아원 짓기를 위한 대학생 디자이너들의 사회적 패션 업체 '최고의 환한 미소'가 주최한 자선 패션쇼다.



즉 재능을 뽐내고자 하는 게 아닌, 재능을 기부하고자 마련된 패션쇼인 것. 더욱이 옷과 가방, 구두 등은 폐현수막을 소재로 했는데 특히 눈길을 잡아끈 아이템은 구두.



보자마자 그야말로 환한 미소가 절로 터져나왔을 만큼 예쁜 구두였다. 기부를 목적으로 한 디자인이지만 허투로 만들지 않았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단체의 대표인 인하대 의류디자인과 4학년 최환 학생은 앞으로 국내의 우수한 제봉기술을 제 3국에 직접 전파할 예정이라는데 그 마음 역시 물씬 묻어나오는 구두이기도 했다. 폐현수막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쉬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폐현수막으로 만든 옷과 가방과 구두. 그리고 이를 통해 고아원을 짓고 환경을 지켜나겠다는 마음가짐. 단지 재활용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옷 속에 우리의 미래를 향한 희망과 가능성을 품는 것. 좀더 미소지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대학생 디자이너들의 다짐이 화사하게 빛났던 패션쇼는 이렇듯 여느 명품 브랜드 쇼 못지 않은 감동을 안겨주기도 했다.


아직은 시작 단계이고 여러 미흡한 부분이 없진 않지만

이들이 만들어나가고 이끌 세계를 상상하며 이제,


  최고로 환한 미소를 한번 지어보자.

신고


  1. 아빠소 2012.07.16 08:13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저 옷과 구두를 폐현수막으로 먄들었다는게 믿기지 않네요. 어디에도 폐현수막 흔적이 없어서...자세히 보니 옷에
    글자들이 비치긴 하네요. 정말 아마츄어 답지않은 실력이에요~

  2. 핑구야 날자 2012.07.16 08:25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역시 학생다운 크리에이티브한 페션쇼네요

  3. 공군 공감 2012.07.16 10:02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현수막을 재활용해서 패션쇼를 한다~ 생각의 발상의 참신하면서,
    자연을 아끼는 마음이 묻어나는거 같아요. 잘 보고 갑니다.^^

  4. 춥파춥스 2012.07.16 10:23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이야~~~
    재활용이라 믿어지지 않을만큼 멋지네요^ㅡ^
    특히 구두♥♥

  5. 모스제로 2012.07.16 11:28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폐현수막이 질좋은 옷감이 될 수 있다니 놀랍군요
    그리고 그들의 도전정신과 나눔정신을 높이 삽니다ㅜㅜ
    화이팅!

  6. 라이너스™ 2012.07.16 12:21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잘보고갑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7. 2013.02.01 09:54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비밀댓글입니다

  8. SUNGKWAN 2013.04.08 23:02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와우. 사진 멋잇넹ㅇ


글 구독하기-아래 버튼만 누르면 된답니다.

+RSS FEED 다른 글 읽어보기
 
블코 추천버튼한RSS 추가버튼구글리더기 추가버튼
※패션쇼 5시간전,백스테이지엔 무슨 일이?
※패션쇼에서 만난 스타들
※페트병과 폐그물이 유니폼으로 변신?
※낡은 청바지의 적나라한 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