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따뜻해지네."

패션쇼가 끝나자 할머니들의 눈빛엔 활짝 핀 무궁화처럼 미소가 은은하게 번졌다. 대한민국 전몰군경 미망인회의 할머니 한 분께선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고 패션쇼 소감을 담담하게 말씀하셨다. 할머니의 어조는 평온하셨지만 눈동자는 미묘하게 흔들리시는 것 같았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남편, 그리고 수십여 년 동안 홀로 남편의 신념과 가족을 지켜낸 지난 삶. 패션쇼는 미망인 할머니들의 마음에 그렇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보탰다.


무궁화 패션쇼


지난 9월 2일 일요일 오후, 청계광장에서 열린 패션쇼. '대한민국 전몰군경 미망인회'와 '전국 대학 패션 연합회 O.F.F.'가 주관한 이날 패션쇼의 메인 테마는 무궁화. 패션쇼는 무궁화를 가슴에 안고 자신을 내던진 모든 분들과 그 꽃을 마음에 품고 평생을 살아온 유족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도 무궁화의 아름다움을 옷으로 표현한, 한 편의 시(詩)였다.



그래서 신발 위로 단아하게 내려앉은 무궁화의 솟아오르는 듯한 꽃술은 그분들의 신념어린 삶을 느끼게 한다.



살구색 드레스 위에 핀 무궁화 또한 아련한 기운이 그윽하다. 온몸 가득 무궁화를 품에 안았던 순국선열의 마음처럼 다가온다.



무궁화의 여러 빛깔로 백의민족과 태극색 등 우리나라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드레스는 특히 미망인 할머니들의 찬사를 한아름 받았는데, 무궁화의 다채로운 빛깔이 자아내는 균형미가 화려하면서도 단아하게 마름되었다.



단심 부분의 홍색이 일품인 무궁화 꽃잎을 옷깃과 블라우스 소매 및 치마의 프릴 주름 장식으로 응용한 이 옷은 무궁화의 수줍은 매력이 한껏 묻어난다. 무궁화와 패션이 한데 잘 어우러진 모습이 장점이다.



특히 화선지에 먹물이 번지듯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퍼지는 무궁화의 단심은 옷감으로서도 제 역할을 훌륭히 소화낸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소매깃으로 장식한 무궁화 꽃잎이 의상에서 구심점이 되도록 이끈 것 또한 단심이다. 단정한 옷깃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특유의 붉은색 단심은 이렇듯 디자인의 중심이 되고 있다.



무궁화가 옷감 속에 아스라이 스며들었지만 존재감을 잃지 않게 하는 것도, 하이힐의 살구색과 꽃잎의 흰색이 중첩되지 않고 제 빛깔을 발휘하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도 모두 단심이 자아내는 효과인데, 단심을 통해 무궁화의 섬세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무궁화의 꽃말은 일편단심. 100여 일 개화시기 동안 매일 꽃을 피우는 무궁화의 초연한 마음은 웨딩드레스와도 무척 잘 어울리는 꽃이다.



모델로 런웨이를 장식한, 올해의 장한 어머니상을 수상한 미망인 두 분. 훈련 중 순직한 군인의 아내로서, 그리고 6·25 전쟁 참전용사의 상이처로서 일편단심 수십여 년의 세월을 인내한 마음이 무궁화 위로 묻어난다.



이처럼 무궁화 패션쇼는 무궁화 특유의 단아함과 섬세함 · 부드러움과 강인함을 의상으로 표현하면서도 무궁화에 드리운 우리네 마음마저 담아낸 아름다운 무대였으며―



뿐만 아니라 무궁화의 아름다움을 새삼 깨닫게 한 소중한 경험이었는데,

  앞으로도 무궁화를 활용한 디자인을 폭넓게 만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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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핑구야 날자 2012.09.10 08:11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내년 봄을 알리는 듯한 패션쇼 같아요, 한류바람과 걸맞는 분위기인데요

  2. 공군 공감 2012.09.10 08:26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무궁화로 패션쇼를 하다니.. 참신한 것 같아요.^^

  3. 아톰양 2012.09.10 09:51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무궁화가 참 곱네요 :]

  4. 해피선샤인 2012.09.10 12:41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오~ 국화(國花)가 이렇게 예뻤군요~ 새삼 깨닫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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