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감성의 오로라"

2013 S/S 서울패션위크(Seoul Fashion Week) 쿠만 오은환(Kumann Oh Eun Hwan) 컬렉션은 인간의 불안정한 감성을 깔끔하게 표현한 패션쇼였다. 때문에 컬렉션은, 가볍지만 위태로웠고 불안하지만 경쾌했다. 이 모순된 흐름은 쇼를 보는 내내 적잖이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쇼가 열리기 전날 오후 생애 처음 경험한 그림심리 상담의 영향도 분명 작용했을 것이다. 자기 자신을 향한 끊임없는 질문과 관심들. 디자이너 유혜진의 쿠만 오은환 컬렉션도 바로 그런 과정을 거친 듯했다.


2013 S/S 서울패션위크 - 쿠만 오은환 by 유혜진 컬렉션 리뷰


10월 28일 일요일 오후 2시, 용산 전쟁기념관.

2013 S/S 서울패션위크의 대미를 장식한 이날, 햇살은 따사했고 바람은 차가웠다. 쇼가 열리기 며칠 전 급히 걸려온 전화 한 통의 여운이 더해지며 리허설 현장에 도착한 내마음은 바람에 떨리는 나뭇잎마냥 다소 들뜨기도 했는데,



지난 2012-13 F/W 쿠만 오은환 by 유혜진 컬렉션에 대한 블로그 포스팅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내가 쓴 글을 보고 나를 꼭 만나고 싶다는 디자이너의 요청에 오히려 고마움을 한아름 안고 도착했던 패션쇼 현장. 하지만 그 무엇보다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컸다.



백스테이지에서 유혜진 디자이너와 인사를 나눈 뒤 살짝 들여다본 컬렉션 의상들. 유연한 곡선과 날카로운 직선의 오묘한 조화가 눈에 띄었다. 지난 몇 시즌 동안 선보여왔던 디자이너 특유의 개성이랄 수 있는 도형적 선율은 실험과 실용 사이를 조용히 넘나들고 있었다.



화사한 머스터드 옐로우와 은은한 라이트 베이비 옐로우. 여성미가 느껴지는 색상은 지퍼와 벨트의 금속성 및 직선과 곡선의 대비 등으로 한층 성숙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같은 대조적인 분위기는 2013 S/S 쿠만 오은환 컬렉션의 특징 중 하나다.



디자이너는 이를 '이성과 비이성의 마찰'로 표현했다. 직선으로 표현한 직관과 통찰, 그리고 곡선으로 드러나는 인간 본연의 감성적 흐름을 통해 디자이너가 말하고자 한 바는 '도시의 샤머니스트'다. 이는 디지털 시대의 황금기에 들어선 오늘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우리들의 또다른 얼굴이랄 수 있다.



쇼를 보며 영화 <용의자 X>에서 지극히 합리적 사유를 하는 극중 '천재 수학자' 류승범의 극단으로 치닫는 헌신적인 사랑이 은연중에 떠올랐던 것도 이같은 직선과 곡선의 교차가 자아내는 오묘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 중에서도 3D 녹적안경을 착용하고 봐야 하는 디지털 프린트는 컬렉션의 주제를 더욱 분명히 했다.



3D 녹적안경을 써야 비로소 보이는, 옷에 새긴 그림언어.

그것은 마치 누군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하게 한다. 두려움 속에 깃든 희망, 희망 속에 깃든 두려움. 3D 패션이라는 디지털 기호 속에서 인간의 깊은 내면과 고뇌를 추적한 디자이너의 시선이 느껴지는 작품들이었다.



그리고 컬렉션의 마지막을 장식한 LED 드레스.

은은한 별빛과 휘몰아치는 오로라 속에 희망과 두려움, 이성과 비이성의 충돌과 마찰이라는 2013 S/S 쿠만 오은환의 테마를 표현하면서도 유혜진 디자이너가 그간 선보여왔던 작품 세계를 선명히 하며 쇼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색종이를 접듯 자유자재로 옷을 매만진 수공예적 기법은 장인에 대한 예우의 또다른 언어였고 조형적 표현은 미술을 전공한 디자이너 유혜진의 아이덴티티로 느껴졌는데,



옷으로 인간 내면을 성찰한

디자이너 유혜진의 2013 S/S 쿠만 오은환 컬렉션은 이처럼

깊어가는 가을날 더욱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한편의 음악이자 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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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공군 공감 2012.10.30 08:43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주변에 패션에 관심이 많거나, 관련학과 친구들 여기 많이 다녀왔더라구요. ㅎ 저도 한번 패션쇼 가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되면 꼭 가봐야 겠어요.^^

  2. 핑구야 날자 2012.10.30 17:31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한달도 넘게 잠수를 타시더니....이젠 완충하셨나요. 반가워요

  3. 해피선샤인 2012.11.01 14:21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저 중 몇몇은 옷보다는 모델이 더 눈에 들어오네요

  4. 루비™ 2012.11.21 20:48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2012 티스토리 우수 블로그 선정 너무 축하드려요~
    멋진 모델들 보느라 눈이 휘둘그레졌어요~

  5. 지독한 2013.07.31 13:49 신고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사진에서 어떤 아름다운 여자

    그들의 의류는 매우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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