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말, 중국에서 열린 한 패션쇼에선 사인 공세를 받았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쇼가 끝난 뒤, 수많은 팬들이 그와 함께 사진 찍기 위해 줄 서는 모습을 직접 보기도 했다. 신인 모델로서는 꽤나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미 모 언론사와 단독 인터뷰까지 했던데, 내용을 보니 연기 공부 중이라고. 미술학도를 꿈꾸다 우연히 패션모델로 데뷔했고, 이제 배우로 거듭날 예정인 그의 이름은 바로―
강철웅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그에게 건넨 첫마디는
"모자가 너무 예쁜데 혹시 사진 촬영 가능할까요?" 였다. 즉, 누군지 못 알아봤던 것.
굳이 변명을 하자면!
봄햇살에 반사되는 강렬한 형광 비니가 무엇보다 눈에 띄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며, 그의 얼굴이 워낙 작아서 누군지 쉽게 가늠하지 못했다는 것이 두 번째. 그리고 스트리트 패션을 촬영할 땐 '옷을 어떻게 입었냐'에만 집중하는 탓에 얼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이 세 번째 이유다.
그래서 사진 찍고난 뒤, 그에게 수첩을 내밀며
'이름과 이메일을 적어달라'는 망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바로 직전에 이렇듯
런웨이에 올라선 모습을 찍었으면서도 나는 그를,
'길거리에서 만난 옷 잘입는 사람'으로만 생각하고 말았다.
어디 그뿐일까.
집에 와서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이런 것도 나왔다.
패션쇼가 시작되기 전의 '리허설 모습'.
이처럼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카메라 뷰 파인더로 그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패션모델이라는 사실마저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메일과 이름을 적어달라는 나의 부탁에 한치의 망설임이나 눈빛의 흔들림도 없이 또박또박, 직접 자신의 이름을 썼다. 이를테면 '오리지날 사인'을 받은 셈이다. 그리고 내가 뒤돌아서자마자 벌어진 일은 '수많은 사람들이 그에게로 몰려가 사진 촬영을 하는 사태'.
그제서야 나는 '뭔가 무례한 일을 했구나' 하고 직감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놀라웠던 점은!
그가 이미 '군필자'라는 것.
이제 갓 스무살이나 되었을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군복무까지 마쳤다고 한다. 그래서 인물 정보를 검색해 보니―
형광색 비니 차림인 그가 안경까지 썼다면 '뽀로로'와 비슷한 이미지가 아닐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지.^^. 20대 중반이지만 여전히 소년같은 순수한 모습을 지녔다는 점이 아마 그의 매력인 듯하다. 그리고 아주 잠깐 만났지만,
여운이 남는 친절함과 겸손하면서도 예의 바른 모습도 분명 장점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붙여본 그의 별명은 <모델계의 뽀로로>.
배우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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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패션모델은 물론, 좋은 연기자로도 거듭나시길...